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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쿠데타에 다시 고개드는 中國夢...일대일로 재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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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거리두기하던 민주정권 붕괴...CMEC 재개 전망

美 견제가 가장 큰 변수...동남아 패권분쟁 표면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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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로 그동안 중국에 외교·경제적 거리두기를 하던 친미 성향의 민주 정권이 붕괴하면서 중국과 미얀마 간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다시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인도양으로의 출구를 확보하고 국경 분쟁 중인 인도에 대한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더라도 미얀마와의 일대일로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중국의 동남아시아 일대일로 사업을 견제하는 미국이 대응에 나설 경우 미·중 간 동남아 패권분쟁이 표면화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미얀마-中 일대일로 재개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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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부 최고사령관(왼쪽)이 만난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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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의 대중국 채무가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미얀마 간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중국-미얀마 경제회랑(CMEC)’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쿠데타 발발 보름 전인 지난달 12일 이번 미얀마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국방부 최고사령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미얀마의 발전을 위해 경제회랑 건설이 완전히 시행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CMEC사업을 본격화해왔다. CMEC는 인도양과 마주한 미얀마 항구 도시 차우퓨에 현대식 항만을 준설하고 중국 윈난성 쿤밍까지 약 870㎞ 길이의 도로와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2015년 72억달러(약 8조900억원) 규모로 먼저 추진됐다.


중국은 이 CMEC사업을 파키스탄 경제회랑(CPEC)과 함께 일대일로의 중요한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미얀마는 지정학적으로 인도양과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지점에 있고, 인도와 국경을 마주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CMEC와 CPEC사업을 통해 파키스탄, 미얀마와 외교·경제적으로 가까워질수록 국경 분쟁 중인 인도를 동서에서 포위하는 지정학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얀마의 각종 천연자원도 중국의 노림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미얀마의 석유 매장량은 약 32억배럴로 세계 5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구리와 아연, 주석 등 산업용 금속 매장량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간 정부 출범 후 대중국 의존도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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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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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얀마에 민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과의 CMEC사업 등 경제협력 사업은 계속해서 축소됐다. 2018년 11월 미얀마 정부는 중국과 재협상을 벌여 CMEC사업 규모를 13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자칫 미얀마의 대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안보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차우퓨 항만사업의 경우 채무를 제대로 갚지 못하면 항만 운영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로 미얀마 정부는 CMEC사업 축소와 함께 대중국 채무를 꾸준히 줄여나가며 중국에 거리두기를 계속해왔다. 세계은행(WB) 집계에서 미얀마의 대중 채무액은 2019년 말 기준 33억달러로 2015년 대비 30% 정도 감소했다.


2009년부터 중국이 미얀마와 합작으로 건설 중이던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립사업도 대중 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얀마 정부가 2년 만에 중단했다. 이 사업에 36억달러를 투입한 중국은 미얀마 정부에 줄기차게 사업 재개를 요청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가 중국에 대해 거리두기를 시작한 배경에는 미국의 영향력도 숨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얀마와 중국 간 CMEC사업 규모 축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조언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USAID는 동남아 여러 국가에 전문가를 파견, 각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사업 타당성과 국가채무 위험성에 대해 조언했다. 그 결과 미얀마는 사업 축소를, 인도네시아는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견제와 함께 동남아 각국과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2013년 이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에 투자한 3040억달러 규모의 일대일로사업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향후 중국의 미얀마 진출에도 미국의 견제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미얀마 진출 의지는 꺾이지 않고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CMEC사업은 중국 입장에서 인도양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의 성격이 있다. 경제적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지정학적 이점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노력하에 사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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