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증권사 기준 10억 큰손 5만623명…1억원 이상 65%↑
업비트 거래대금 6조 돌파…빗썸 고객예치금 200% 증가
5대 은행 요구불예금 10조 줄어…투자처 찾아 흘러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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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그야말로 대규모 '머니 무브'(돈의 이동) 시대다. 증권사에 10억원 이상을 예탁한 자산가들은 급증했고, 증시예탁금은 매달 4조∼6조원씩 불어나 70조원 돌파의 기록을 썼다. 그사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성격의 예금은 1월 한 달새 10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증권사 10억 예탁 자산가 껑충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자기자본 순)에 10억원 이상 예치한 자산가는 총 5만623명으로 집계됐다. 예탁 자산은 주식은 물론, 펀드 등 금융상품 평가금액, 대기자금(현금) 등을 포함한다.
이는 2019년 말 3만3030명에서 53.3%(1만7593명) 늘어난 규모로, 이들 증권사의 10억원 이상 예탁 자산가가 5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이들 증권사에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이 보유한 자산이 최소 50조원을 넘는 셈이다.
10억원 이상 고객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019년 말 1만680명에서 2020년 말에는 1만5780명으로 47.8%100명) 증가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40%에서 많게는 60% 이상 숫자가 늘어났다.
1억원 이상 고객수 증가율은 더 높았다. KB증권을 제외한 4개 증권사의 1억원 이상 고객 수는 2019년 말 45만4200여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75만400여명으로 약 30만명(29만6200명) 늘어났다. 증가율은 65%다. 미래에셋대우가 16만4600명에서 25만1700명으로 53% 가까이 늘어났고, 다른 증권사들은 70%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30억원 이상 자산가 수도 늘었다. 30억원 이상 고객이 가장 많은 삼성증권의 경우 2019년 말 1984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2841명으로 43.2% 증가했다.
'대기자금' 예금 10조원 '썰물', 각종 자산으로 이동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월 말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637조8555억원으로, 한 달새 9조9840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10조원은 밀물이 돼 각종 투자처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투자자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1월 평균 68조952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8%(6조7000억원)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1월 11∼13일에는 7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들의 주식 매수 규모 자체가 20조원을 넘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도 많이 매수하는 상황"이라며 "요즘 말하는 대로 '벼락 거지'가 될 수 있으니까 모두 투자 수익을 올리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 연말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각종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자체가 고취됐고, 이에 따라 각종 자산으로 돈이 옮겨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험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가상화폐 투자 동향도 심상치 않다. 암호화폐 정보 웹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의 24시간 거래대금은 2017년 12월에 12조원을 돌파한 후 시장의 침체로 한동안 미끄럼을 탔으나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작년 11월 10일 오전 8시 기준 24시간 거래대금이 6283억원에 불과하던 업비트 거래대금은 같은 달 2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1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당일 오후 8시 기준으로는 3조345억원으로 폭증했다. 이런 기세는 올해까지 이어져 이달 2일 정오에는 24시간 거래대금이 6조200억원을 기록했다.
또 다른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고객 돈이 물밀듯 들어왔다. 빗썸에서 고객 예치금은 2020년 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00% 넘게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작년 말보다 36% 더 늘었다.
유례없는 돈의 이동 '투자 주의'머니 무브는 저금리 아래 최소한의 수익이라도 얻으려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증시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코스피는 2019년 말 2197.67에서 지난해 말에는 2873.47까지 뛰어오르며 30.8% 상승했다. 코스닥도 669.83에서 968.42로 44.6%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년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코스피에서 47조원, 코스닥시장에서 16조원 등 총 63조 이상에 달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이자율이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최소한 인플레이션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기록적인 저금리이기 때문에 머니 무브 현상은 예전보다 훨씬 강하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한동안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동안 투자 열기가 계속해서 뜨거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다.
황 연구위원은 "올해는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체계 형성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자꾸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는 상황에서 백신이 소용없을 수 있고, 이게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이 경우 (코로나19 대응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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