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인적 제재도 착수... 미얀마 경제 후폭풍
中 "제재 실효성 없어", "개입 말라" 강력 비난
총으로 무장한 미얀마 군인이 2일 최대 도시 양곤 인근의 한 사원 앞에서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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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군사정변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대치 전선’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군의 권력 장악을 ‘쿠데타’로 공식 규정하면서 제재에 착수하자, 중국은 ‘개입 불가’를 경고하며 날을 바짝 세웠다. 바이든 행정부 임기 초반 미얀마가 미중 외교갈등의 최전선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일(현지시간) “사실과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버마 국가고문, 집권당 지도부, 윈 민트 대통령이 물러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사태 이틀 만에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라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어 “우리는 (미얀마) 지원 프로그램의 광범위한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며 경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해외원조법은 ‘정당하게 선출된 국가 수반이 군부나 법령에 의해 강제로 물러난 국가에는 원조를 제한’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원 중단이 합법적 절차라는 의미다. 국무부 당국자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듯이 버마 군부 지도부나 그들과 관계된 기업과 관련된 현재의 제재 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쿠데타 주도 세력을 단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6년 군부 통치를 끝낸 미얀마는 그 해 9월 미국의 제재에서 대부분 벗어났으나, 2019년 로힝야족 학살 책임을 물어 이번 쿠데타의 정점인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4명이 다시 미 입국 금지 명단에 올랐다.
다만 미 행정부는 “민주주의 지원 등 버마 국민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은 지속해 나가겠다”고 언급해 인도주의 차원의 원조는 유지될 것임을 내비쳤다. 미 국제개발처(USAID)에 따르면 미국은 2019년 미얀마에 1억3,700만달러(1,528억원)를 원조했다. 이런 항목은 대부분 건강, 인도주의 지원 프로그램이어서 원조 재검토에 영향을 받진 않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 선언 만으로도 미얀마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9년 성장률은 2.88%에 그쳤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 기업들의 미얀마 철수가 줄을 이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일 미얀마 쿠데타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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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즉각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 등 거친 용어를 써가며 반격에 나섰다. 중국은 우선 제재의 실효성을 문제 삼고 있다. 미얀마 군 수뇌부가 이미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만큼 새로울 게 없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1~11월) 미얀마의 대미 수출액은 9억6,900만달러(약 1조799억원)로 미국의 수입국 가운데 70위에 불과해 사용할 지렛대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의 개입으로 미얀마 내정이 혼란에 빠지면 자칫 ‘제2의 이라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환구시보는 3일 전문가를 인용, “미얀마는 여러 정치세력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늘 외부 개입을 배제한 채 자립 원칙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얀마 정세에 큰 불안요인이 없고 군부도 1년 후 총선을 통한 정권이양을 약속한 만큼 미국이 나서는 건 억지라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중국은 군부를 비난하는 미국과 달리 쿠데타 용어 사용조차 삼간 채 미얀마의 비위를 맞추는 등 여론몰이에 주력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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