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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임기 1년 서울시장인데… 공수표 그칠 '부동산 공약'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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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시장 선거인가, 대선인가
임기 고작 1년 2개월인데
현실성 없는 공급 확대안 남발
한국일보

박영선(왼쪽)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1일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 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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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든 예비후보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주택 공급 방안을 던지고 있다. 집값 폭등과 전세난으로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달래 표를 얻기 위해서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부터 도로·철도 위 주택 건설, '반값 아파트' 등 단골 레파토리는 또 공약의 맨 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권한 밖 대책들이 많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고작 1년 2개월 밖에 안 되는 임기 동안 첫 삽이라도 뜰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커져만 간다.

수십만 가구 공급할 공공부지가 있나


지난달 26일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5년 내 공공주택 3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걸었다. 국유지와 시유지를 활용해 토지 임대부(토지는 시행사가 입주자에게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로 반값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1인 가구 주택을 짓는다는 구상도 내놨다. 다만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이 담겨 있지 않아 ‘숫자 놀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정부도 역세권 고밀개발 등을 통해 힘겹게 공급을 하려는 상황인데, 서울 어디서 그런 국유지와 시유지를 확보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또 서울을 인구 50만명 기준의 21개의 다핵 분산도시로 전환하고, 권역별로 21분 내 모든 이동이 가능한 생활권을 조성하겠다는 ‘21분 컴팩트 도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서울은 강남 중심의 강력한 원심력 때문에 균형 발전을 이루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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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주요 예비후보 부동산 공약. 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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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지하화하고 주택 짓나


박 전 장관과 당내 경선을 치르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위에 인공부지를 조성하거나 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을 지하화해 공공주택 1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하화는 선거철마다 나왔던 단골 공약이지만 막대한 사업비와 사업성 부족 등이 문제다. 시장 임기 내 성과를 낸 경우도 전무하다.

2011년부터 추진한 동부간선도로 일부 구간(10.4㎞) 지하화 사업은 2019년에서야 민자사업자를 모집했다. 설사 예정대로 오는 2026년 완공되도 무려 15년이 걸리게 된다.

도로 지하화 이후 그 위에 주택까지 짓는다면 사업비와 공사기간은 가늠조차 어렵고, 주택 안정성 우려가 불가피하다. 인구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서민들이 지금 허덕이는 주택 공급 부족이 그때까지 지속될 지도 알 수 없다.

야권 예비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술 더 떠 무려 74만6,000가구 공급을 내걸었다. 현재까지 예비후보 중 가장 많은 물량이다. 세부적으론 국철 및 전철을 지하화한 상부 공간에 청년 주택 5만가구, 역세권·준공업지역·유휴부지 등에 40만가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30만가구다. 전철 지하화 사업은 우 의원과 같은 이유로,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등 개발은 고밀개발을 추진하는 정부 차원 공급 대책이 발표되면 바로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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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오른쪽)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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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시장 권한 밖인데


국민의힘 예비후보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 중심의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건물 층수, 용적률 제한 등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 정부의 규제 기조에 억눌린 물량을 끌어내겠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더 나아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완화까지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과 세제는 서울시장의 권한 밖 일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나 어울릴 법한 공약이라 현실화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설사 재개발·재건축 인허가권, 층수와 용적률 규제 완화를 법적 한도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다 해도 중앙정부와 조율 없이 진행할 경우 갈등 촉발과 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가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재산세 감면은 서울시의 반대에 부딪혔고, 법원 판결 끝에 제동이 걸렸다.

오 전 시장이 풀겠다고 한 한강변 재건축 35층 층고 제한에 대해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한강 조망권은 시민 전체의 것이라는 반대 입장과 충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와 자자체 간 불협화음이 생기면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오 전 시장의 강남(서울의료원), 용산(정비창) 부지에 반값 아파트를 짓겠다는 공약은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이후 사라진 강남 보금자리주택처럼 ‘로또 아파트’를 양산할 소지가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가격은 최초 분양가 대비 현재 5.6~7.1배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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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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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에 가까운 부동산 공약들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해 서진형 교수는 “충분한 준비 없이 출마한 영향인지 공약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전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소장도 “과거에는 후보마다 색깔이 드러나는 공약이 있었지만 이번엔 표를 가져가기 위해 서로 유사한 대책들을 고민한 흔적도 없이 내세운 경향이 짙다”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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