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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군부 속전속결 쿠데타... 하루 만에 '삼권'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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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사법·행정 속속 親군부 인사로 채워
여권 및 시민 활동가 수백명 집단 구금도
민주 세력 대응 가시화... 유혈 충돌 고조
한국일보

2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군용 장갑차가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네피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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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깜짝 쿠데타를 단행한 미얀마 군부가 빠르게 중앙권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정변 시도 하루 만에 입법ㆍ사법ㆍ행정을 망라한 요직을 친(親)군부 인사로 채웠고,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 수위 역시 대폭 높였다. 민주화 세력도 군부의 폭거에 대항해 대규모 집단행동을 계획하고 있어 유혈 충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군부 쿠데타 세력은 2일 속전속결로 국정 전반의 민주적 절차를 마비시켰다. 전날 비상사태 선언을 통해 입법 활동을 정지시킨 데 이어 이날 군부에 동조하는 대법원 및 고등법원 판사들을 복직시켰으며, 외교부 등 고위 관료 24명을 군과 가까운 12명 인사로 즉각 교체했다. 사실상 ‘삼권’을 장악해 혹시 있을지 모를 반(反)정부 투쟁을 소탕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힘을 모은 군부는 집권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사무처 인사 42명과 반군부 성향의 영화감독과 연예인ㆍ승려 16명 등 수백명도 붙잡아 구금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최고위급 인사를 제외한 대부분은 현재 집단수용소에 감금된 상태로 전해졌다. 성공한 쿠데타의 핵심 요건인 ‘인적 청산’과 ‘물적 토대 마련’을 동시에 구비한 것이다.

군부는 또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오후 9시부터 아침 6시까지 통행제한령을 발령하는 등 사회통제 수단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양곤 인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교민은 “군인들이 NLD 핵심 지지자들 집에 수시로 들이 닥치는 통에 도시를 붉게 물들였던 NLD 지지 깃발이 거의 사라졌다”며 “공장 노조 간부도 소식이 끊기는 등 곳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연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쿠데타에 맞서 시민사회도 대열을 정비하고 있다. 이날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을 중심으로 NLD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 민주화 인사들은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 준비에 돌입했다. 학생 운동가와 승려들도 계획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군부의 도ㆍ감청 및 미행을 의식해 인편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군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비상통신망을 활용해 계획을 공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남아 외교가에선 일반 시민들의 시위 가세 여부가 이번 쿠테타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88년 민주화항쟁 당시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3,000여명이 사망한 공포를 기억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은 “쿠데타 항의 시위 조직의 최대 고민은 미얀마인들의 ‘군부 포비아(공포)’”라며 “현재로선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폭풍전야와 같은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한 시민이 군부의 비상사태 발령 소식이 실린 신문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읽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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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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