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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동학개미 셀트리온 결집해도 주가 올리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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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게임스톱 진단 ◆

매일경제

국제 은값이 2013년 2월 이후 최고치인 온스당 29.4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2일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은궤를 정리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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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실제로 표출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한국증시 특성상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한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이례적으로 최장기간 공매도를 금지해둔 상황에서 가능성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동엽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거래량이 적고 공매도 비중이 큰 중소형주에 한해서는 게임스톱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미국 게임스톱은 공매도 비중이 시가총액 대비 130% 넘게 올라왔었지만 한국은 이 정도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주식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셀트리온 주가 사수전에 나서 '숏스퀴즈'(공매도 쥐어짜기) 사태를 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셀트리온은 시가총액(약 48조원)이 크고 공매도 비중이 5%가 채 안 된다"며 "미국 소형주 게임스톱에 비해 공매도 비중이 낮기 때문에 개인이 셀트리온을 집중 매수해도 공매도 투자자들이 받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타인에게 빌린 주식을 내다판 후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되갚음으로써 차익을 내는 방식이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주식을 사둬야 공매도 이자 비용 등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숏스퀴즈는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발 주가 급등세가 연출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대형주 셀트리온이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기관의 공매도 공략 대상이다. 2일 셀트리온 주가는 4.18% 떨어져 1주당 35만55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셀트리온 매도 의견을 제시한 JP모건 목표주가(19만원)의 1.9배 수준이다. 셀트리온 시총은 약 48조원으로 미국 소형주 게임스톱(156억9300만달러·약 17조5134억원)의 2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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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와의 싸움이 개인투자자들의 승리로 끝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성'이 관건이다. 1일(현지시간)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게임스톱 공매도 물량은 지난주에 3500만주 줄어든 결과 현재는 2713만주 정도로 반 토막 났다. 글로벌투자사 서스퀘하나인터내셔널의 크리스 머피 파생상품 공동 수석책임자는 "특정 종목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면 (콜)옵션 변동성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레딧 개미 군단의 상당수가 게임스톱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버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레딧은 미국 주요 온라인커뮤니티로 특히 주식 투자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와 가상화폐 투자 토론방인 '사토시스트리트베츠' 등이 공매도와의 전쟁 불씨를 끌어당긴 곳이다.

청년 개인투자자들은 레딧 토론방에서 규합해 '주식 중개 수수료 무료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를 통해 게임스톱 주식과 콜옵션을 집중 매수해 해당 종목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헤지펀드들의 대거 철수 선언을 이끌어냈다.

게임스톱 사례가 시세조종에 해당할지는 불분명하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법을 보면 '조직화된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자본시장법 176조상 시세조종이나 178조 부정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성 교수는 "조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매수하는 건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중국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후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정부·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전례 없는 규모의 유동성을 쏟아부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부동산 장벽'에 부딪힌 2030 청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앞다퉈 뛰어들었고 미국에서는 로빈후드와 레딧을 발판 삼아 젊은 투자자들이 등판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3월 16일 공매도 부활 대비 차원에서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개발을 이달 안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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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도상으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가 허용되지만 빌려온 주식 없이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다만 불법 공매도 의심 거래가 있어도 거래소로서는 실시간 모니터링할 전산 인프라스트럭처가 없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호가 모니터링에 나선다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3월 15일 종료 예정인 공매도 금지 시점을 6월로 연장하자는 식의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소는 일단 정해진 일정상 대비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다수 시장참가자가 실시간 투자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는 게임스톱 사태 같은 집단행동이 빈번히 나타날 수 있으므로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인오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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