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와 결합해 증식 촉진할 수도"
"중증 환자엔 투여 금지"…녹십자 치료제도 위험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이 2일 오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과 바이러스 변이 현황’ 토론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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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068270)의 ‘렉키로나주’를 포함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바이러스 증식을 촉진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의 우려가 나왔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은 2일 오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과 바이러스 변이 현황’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해 이렇게 발표했다.
항체치료제의 주성분인 중화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과 결합해 감염력과 독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방 센터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돼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가 달라질 경우, 기존 바이러스에 대응했던 중화항체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이 바이러스와 애매하게 결합해 세포 침투와 증식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체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력이 강해지는 ADE 효과를 설명한 그림. /줌 캡처 |
항체 때문에 오히려 감염력이 강해지는 ‘항체 의존 감염 증강(ADE)’ 효과를 설명한 것이다. 기존 백신들의 고질적인 부작용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의 항체치료제 개발사 일라이릴리의 데이브 릭스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라며 "이론적으로 우리 치료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국내로 유입된 변이 바이러스 G형과 GH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지난 25일 이후 이날까지 7명 늘어 총 34명이 됐다.
방 센터장은 또 "항체치료제는 중증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중증은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바이러스 침투로 인한 신체의 면역반응이다. 면역반응으로 인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도 공격받기 때문이다. 항체치료제를 투여할 경우 원치 않았던 면역반응이 생겨 오히려 중증을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도 치료 대상을 경증과 중등증 환자로 제한하고 있다.
방 센터장은 중화항체를 인공적으로 만든 항체치료제뿐만 아니라 완치자의 중화항체를 채취한 GC녹십자(006280)의 혈장치료제도 같은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녹십자가 "경북대병원에 입원한 70대 중증 환자가 혈장치료제를 통해 완치됐다"고 밝힌 것을 두고 실제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셀트리온이 비확진자 대상으로 항체치료제의 예방 효과를 알아보는 ‘예방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방 센터장은 "항체치료제로 감염을 예방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다만 항체는 투여 후 수주 내 몸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5일 렉키로나주의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방 센터장이 정리한 항체치료제, 혈장치료제 등 중화항체 기반 치료제의 위험성과 한계. /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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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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