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판결에 일본 정부 반발 와중 만남…외교부 "위안부 피해자 의견 수렴"
일본 자극 않으려는 듯 일정 사전고지 없이 '로키(Low-key)' 진행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손 잡은 강경화 장관 |
(포항·서울=연합뉴스) 손대성 한상용 기자 = 퇴임을 앞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경북 포항에 사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찾았다.
강 장관은 고속철도(KTX) 편으로 포항역에 도착한 뒤 승용차로 포항 북구 죽장면에 있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박필근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개인적으로 만나러 왔다"고 말한 뒤 비공개로 박 할머니와 대화했다.
박 할머니에게 미리 준비해온 케이크와 분홍색 겨울 외투를 선물로 전했다.
30분가량 대화를 한 강 장관은 박 할머니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왔다.
박 할머니는 한참 동안 강 장관 손을 잡고 놓지 않다가 포옹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강 장관도 박 할머니 등을 토닥이며 위로한 뒤 발걸음을 옮겨 차를 타고 떠났다.
강 장관은 과거부터 박 할머니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9년 5월 박 할머니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 이들에 SNS를 통해 감사를 표한 적이 있다.
박 할머니는 취재진에게 "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마지막이라며 인사하러 왔다고 했다"며 "다음에 또 보자고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강경화 장관 안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
이번 방문은 지난달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판결에 일본 정부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유엔에 근무할 당시부터 인권·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강 장관이 재임 기간 위안부 문제의 실질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방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장관 후보자 시절인 2017년 6월에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 적이 있다.
다만 정부는 한일관계를 의식한 듯 강 장관의 위안부 할머니 방문 일정을 사전에 언론에 알리지 않는 등 '로키(Low-key)'로 진행하는 분위기다.
외교부가 강 장관의 박 할머니 방문이 지역 방문 계기에 이뤄졌다고 하면서도 다른 일정에 관해선 설명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이분들의 명예·존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이 최근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선 "과거에도 피해자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던 적이 있다"며 "최근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강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오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임명되면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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