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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로 갈린 EU-英, 이번엔 백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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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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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불신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부족을 둘러싼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며 양측이 결별 후에도 '친구'로 남자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EU는 영국을 겨냥해 권역 밖 백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EU는 회원국 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제약사들이 제때 백신 물량을 공급하지 않으면 수출을 막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은 이날 EU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제약사들이 약속한 백신을 배달하지 않으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유럽 밖으로의 백신 수출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등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의 EU 내 초기 공급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거나 배송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나왔다.

새 제도에 따르면 EU 바깥 지역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출 계획이 있는 제약사는 27개 회원국 중 한 국가 당국에 관련 계획을 알려야 한다. 한 EU 관리는 "이것은 수출 금지는 아니다"면서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수출이 거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U의 이번 조치는 영국과 캐나다의 백신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두 나라는 벨기에에 있는 화이자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백신 부족분을 얻기 위한 EU의 노력이 영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벨기에 보건당국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요청에 따라 28일 벨기에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시설을 점검했다. EU 관계자는 데일리메일에 "특정 상황에서는 백신 수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U는 전날 아스트라제네카를 위기 대책회의에 소환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주 아스트라제네카가 EU에 공급하기로 한 초기 물량 8000만회분을 3100만회분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하며 불거졌다. EU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을 몰래 영국으로 운반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EU는 아울러 영국에서 생산되는 물량도 EU에 제공해야 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 내 백신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백신 접종이 일시 중단됐다.

백신을 둘러싼 갈등은 영국과 EU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하원에서 "영국이 독자적으로 백신 수급에 나서지 않고 EU 백신 프로그램에 합류했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존슨 총리의 발언은 상황을 악화시킬 여지가 충분하다"며 "영국과 EU가 백신 공급 문제로 충돌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정치권에서는 EU가 '심술'을 부리고 있으며, 백신 공급 차질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타임스는 "EU가 영국 공장에서 만든 백신 수천만 회분을 유럽으로 돌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며 "이는 브렉시트 이후 심해진 EU와 영국 간 갈등이 정치적으로 고조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EU와 영국 간 갈등은 외교 지위 문제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이날 EU는 예정됐던 새 EU 주재 영국대사와의 첫 고위급 회동을 취소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영국 주재 EU대사의 외교적 지위를 놓고 영국과 EU가 충돌한 것이 원인이다.

최근 영국 정부는 "EU대사는 주권 국가의 외교관과 같은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되며, 국제기구 사절들과 같이 좀 더 적은 특권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주제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영국의 방침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지난 25일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 우리에게 보낸 첫 번째 신호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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