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 회담서 위안부 판결 등 한·일 현안 다뤄
"바이든, 스가에 한·일 관계 개선 주문했을 가능성"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HK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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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9일 전날 진행된 미·일 정상의 전화회담 내용을 전하면서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 "두 정상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연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일의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교환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총리관저와 미국 백악관은 28일 회담 내용을 담은 자료를 각각 배포했지만, 양쪽 모두에 이같은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북자 문제의 조기 해결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고, 일본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도록 미·일이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스가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권고했고, 스가 총리는 일본의 기존 입장을 미국에 설명하는데 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카이 마나부(坂井學) 일본 관방부장관은 전날 한국과 관련한 대화에 관한 질문을 받고 "외교상 주고받은 이야기이므로 상세한 내용 설명은 삼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이니치 신문은 29일 이날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전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도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여러 측면에서 합의했지만 엇갈린 부분도 있었다면서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한 움직임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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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조'라고 불러도 되겠냐"
일본 언론들의 보도대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했다면, 이에 대해 스가 총리는 "한국 정부가 문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측이 생각을 교환하는 데 그치면서, 합의한 내용을 담는 발표문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사히 신문은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조", "요시"라는 이름을 부르기로 한 것은 스가 총리의 제안이었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가 먼저 "'요시'라고 불러달라. '조'라고 불러도 되겠느냐"고 말을 꺼냈다는 것이다. 스가 총리는 회담 후 기자단에 "바이든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깊이 다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일본 언론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이라는 표현에 동의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남중국해 일대에서 벌어지는 군사 거점 확대 등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이 주창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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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3가지 틀'에 미·일 합의
일본 외교가에는 이 개념을 발전시키는 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 나섰다는 이유로, 바이든 정부는 다른 표현을 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바이든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스가 총리와 전화 회담이 있고 난 뒤 미국 측 발표문에는 '번영하고, 안전한(prosperous and secure) 인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표현이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 측의 이번 발표문에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란 표현이 그대로 담겼다. 일본 외무성은 이를 위해 "트럼프 정권이 아닌 일본이 내놓은 개념이다", "호주나 아세안(ASEAN), 유럽도 지지하고 있다" 등으로 바이든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이번 전화 회담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세 가지 틀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협력, 미·일 안보조약 5조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적용,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함께 하는 '쿼드'(Quad) 협력 증진에 대해 바이든 정부의 동의를 얻는 성과를 거뒀다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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