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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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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고갈 현실로… 英-EU, 코로나 ‘백신 전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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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 지역 백신 접종 2주 중단
EU "영국 생산분으로 공급량 채워야" 주장
英 "자국 생산분 우선권"… 무역갈등 조짐
한국일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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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계약을 먼저 했기 때문에 먼저 받는 거다.”(영국) “우선순위를 따지는 건 동네 정육점에서나 해라.”(유럽연합ㆍEU)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가 급기야 영국과 EU 간 ‘백신전쟁’으로 비화했다. 최근 백신 제조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 설비 문제로 1분기 EU 공급 물량을 60%가량 감축하면서 갈등에 불을 당겼다. EU가 영국에서 생산된 백신을 가져와서라도 공급량을 맞추라고 으름장을 놓자, 영국과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영국 생산분은 자국에 우선 공급돼야 한다고 맞섰다. 일각에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최대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EU는 봉쇄 장기화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백신 고갈까지 겹쳐 3중고를 겪고 있다. 영국은 접종률이 10%를 웃돌지만 EU는 2%에 불과하다. 급기야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에선 백신이 바닥 나 27일(현시시간)부터 2주간 접종을 중단했다. 카탈루냐주(州)도 “곧 냉장 시설이 텅 빌 것”이라면서 “EU로부터 백신을 받아오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EU 집행위원회의 관료주의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지사는 “접종센터를 마련하고 기다렸지만 백신이 충분하지 않다”며 EU의 준비 부족을 비판했다.

저렴하고 보관이 용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장점에 기대 접종 속도를 높이려던 EU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스텔라 키리아키두 EU 보건담당 집행위원은 업체 측에 “사회적ㆍ도적적ㆍ계약적 의무를 이행하라”며 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앞서 파스칼 소리오트 아스트라제네카 CEO가 언론 인터뷰에서 “3개월 먼저 계약을 맺은 영국에 먼저 물량을 공급하는 건 타당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선착순 논리는 동네 정육점에서는 통해도 백신 계약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발끈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제조 시설은 영국과 EU에 각각 두 곳이 있는데, EU는 영국 생산분도 EU와의 공급 계약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개시한 영국에 EU 생산분이 건너갔을 가능성도 조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어느 공급망이든 현지 생산분을 우선 공급한다”면서 의혹을 일축했다. 영국도 계약된 1억회분을 먼저 자국에 공급한 뒤에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가세해 “무역전쟁” 운운하며 감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EU를 탈퇴하는 게 옳은 이유를 보여준다(영국 데이비드 존슨 의원)” “영국민들이 지금껏 EU 자금으로 EU에서 만들어진 화이자 백신을 맞은 만큼 즉각 영국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독일 피터 리제 의원)” 등 날 선 발언을 주고받고 있다.

백신 전쟁의 피해는 결국 약소국에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력과 자본을 앞세운 선진국이 백신을 싹쓸이한 것도 모자라 서로 더 갖겠다고 싸우면, 그만큼 약소국엔 백신 공급이 늦어지게 된다. 감염병 종식도 멀어진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 로버트 예이츠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과학은 승리했지만 국제적 연대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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