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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가이드에서 ‘적정 수준’이란?…개정안에 제기된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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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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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가이드라인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아닌 ‘특수 서비스 가이드라인’이라고 불러야 한다.”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교수)

“개정 가이드라인 논의 과정에 시민사회는 참여하지 못했다. 정부는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를 했다고 하는데, 전문가에 대한 환상이 있는 듯하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8조 2항에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가 품질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적정 수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기준과 판단 주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전응준 유미법무법인 변호사)

27일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토론회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김남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과장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의의’, 오픈넷 이사인 고려대 박경신 교수가 ‘망 이용료, 특수서비스, 제로레이팅의 국제규범 및 관행에 대한 팩트체크’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 뒤 곽정호 호서대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부소장, 전응준 유미법무법인의 변호사가 토론을 이어갔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는 내용ㆍ유형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융합서비스를 특수서비스로 지정해 망중립성 가이드가인을 개정했다. 망중립성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5G 서비스를 망중립성 의무에 대한 예외 인정 사유로 지정해 다양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특수 서비스는 망 중립성 예외를 허용받는다. 단 일반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가 특수 서비스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ISP는 일반 이용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품질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달 11일 개정 시행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의미와 보완점들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 김남철 과장은 발제에서 가이드라인 개정의 의의를 짚었다. 그는 가이드라인이 특수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것 외에도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ISP 간 합의 도출 △기존 망중립성 원칙 유지 △투명성 대폭 강화 등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올해 3월 안에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해설서를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개정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먼저 명칭에 대한 문제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특수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지배적인 탓이다.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 김민호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법제화 절차를 밟아 규제 심사 등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EU는 망 중립성 원칙을 엄격히 유지하면서도 일정 요건하에 특수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병일 대표는 EU와 문구를 비교했을 때 망중립성 원칙이 완화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EU 경우 특수서비스를 허용하면서 인터넷 품질 수준이 저하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의 지적에 김남철 과장은 EU가 규정한 문구보다 국내 개정 가이드라인이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품질 저하’보다 ‘적정 수준 유지’가 인터넷 품질을 더 강하게 보장하는 것”이라며 “연구반에 참여한 분들과 밖에서 느끼는 분들의 인식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이 같은 문제를 해설서에 담으면서 풀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 수준’이라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응준 변호사는 “적정 수준이라는 표현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그 뒤에 ‘적정수준은 기술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도 나와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정책 집행 과정에서 세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남철 과장은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통신 약관에 ISP가 속도 등 품질을 고지하게 돼 있다”며 “‘적정 수준’은 그 수준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 수립 시 시민사회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나타났다.

과기정통부가 2019년 6월부터 운영한 망 중립성 연구반은 CP, ISP, 학계 등 17명으로 구성됐다.

오병일 대표는 “시민단체 등 이용자들은 가이드 논의 과정에서 참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중립적인 전문가를 통해 의견수렴을 했기 때문에 괜찮은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정책을 만들 때 일반 사용자 등 이해 당사자가 참여해야 수용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남철 과장은 제한된 인력에서 다양한 의견을 받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등을 포함해 카카오, 왓챠 등 주요 CP들과 통신사들이 참여했다”며 “여기에 더해 31개 기관에서 의견을 주신 것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해설서에 반영해 다양한 의견을 담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투데이/이지민 기자(aaaa3469@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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