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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새해 벽두부터 주식시장이 뜨겁다. 지난해 말 2873.47이던 코스피는 연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이달 8일 3000을 넘긴데 이어 지난 25일 3200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3월 주가가 대폭락하며 코스피가 1600선마저 붕괴됐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역사상 첫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덕분이다.
국내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는 이제 막강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조치의 연장을 이끌어낸데 이어 금융비과세 한도를 상향시켰고, 대주주요건 3억원 하향 방침도 무산시켰다.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또 한번 추가 연장을 이끌어낼 태세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공매도 연장을 표심(票心)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제도 개선 없이 공매도가 재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할 금융당국은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이달초만해도 3월 공매도 재개를 공언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재개 여부가) 2월 중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시장에선 공매도 금지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을 결정할 때에도 제도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공매도 감시를 전담하는 특별감리팀을 신설하는 등 공매도 재개를 대비했다. 공매도 제도는 어느정도 개선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권은 수도권 부동산가격 폭등과 지자체장의 각종 성추문,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이른바 ‘검난(檢蘭)’ 사태를 거치면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공매도 금지의 추가 연장이 제도개선을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라 정부여당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표이탈을 우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한 이유다. 청원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은 19만명의 동의를 얻었는데, 해당 글에는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이번 정부와 민주당은 그 어떤 정책을 했을 때보다 더한, 상상도 못할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코스피 3000, 천스닥 시대’. 한국 주식시장은 역사상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됐다.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주식 투자로 쏠린 것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기저에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경험한 ‘벼락거지’는 증시로 옮겨가 가파른 상승장에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낙오될 수 있다는 조급함이 담겼다. 더욱이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정보습득이 빠른 디지털 세대들 사이에선 증시를 통해 돈을 불리는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무제한 오를 수가 없다.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주식은 언제가는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공매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가를 떨어뜨려 주식이 실제 가치에 부합하는 기능을 한다. 당장 몇 배의 수익을 거두는 것보다 안정적인 시장이 더 매력적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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