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말과 행동을 성희롱으로 인정한 이후 박 전 시장의 일부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 실제로 인권위의 보도자료엔 '성희롱'이라는 표현만 나오고 '성추행'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법상 '성희롱'은 성추행 등이 포함된 개념으로 성추행도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발표 자료에는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없었지만, 박 전 시장의 언동을 성추행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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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성희롱은 성적 표현 등으로 상대에게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 성추행은 신체적인 접촉 등을 포함해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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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성추행' 단어 사용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2조 3호 라목)이 규정하는 '성희롱'에 따라 25일 보도자료에 성추행 대신 성희롱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문은 '성희롱'을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적었다.
성추행으로 판단한 인권위 결정례로 35건이 검색된다. [인권위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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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결정례와 정책자료, 보도자료 등에서 성추행 대신 인권위법상 '성희롱'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고 설명하지만, 과거 인권위의 사건 조사 결과를 담은 결정례에서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발견된다. 26일에도 홈페이지에는 성추행과 관련한 35건의 결정례가 검색됐다. 보도자료나 정책자료에서도 성추행과 성희롱은 혼용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해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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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표현에 오해 소지"
일각에서는 인권위 내부 논의에서 성추행으로 판단했음에도 정무적 판단으로 성추행이라는 표현 대신 인권위법상 성희롱이라는 단어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결정문에 어떻게 담겼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성추행을 인정하면서 공식 자료에는 성희롱이라고만 쓴 것은 정무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이 피해자에게 추행이 없었다고 오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위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행진을 벌인 뒤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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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서울시가 2차 피해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고, 보도자료에는 피해자 핸드폰 포렌식 등을 통해 부적절한 사진을 보낸 것, 집무실의 신체적 접촉 등을 인권위도 인정한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권위에서 성추행이라는 명시적 단어를 안 썼지만, 성추행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수사 기관이 아닌 한계가 있음에도 넓은 범위에서 판단해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묵인이나 방조와 관련한 부분은 피해자가 고충을 호소한 사람들이 있고 관련 자료들이 있는데 판단을 제대로 못 받은 부분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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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성추행'으로 판결문 적시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재판장 조성필)는 지난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직원에 대한 선고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도 적시했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위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인권위로 출발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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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사안인데도 브리핑 안 해"
인권위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전원위 의결 내용을 현장 기자회견 또는 백 브리핑(비공식 기자회견)도 없이 진행한 것도 논란이다. 인권위 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직권 조사에 착수할 때는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설명했는데 결과는 설명하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문화 예술계 성희롱 당시에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번 건은 못하는 데에 인권위 관계자들과 박 전 시장의 사적 인연이 영향을 준 게 아닌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해 논란이 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여성국·김지혜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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