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입대 금지 조치 뒤집어
"군인은 성 정체성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받아야"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미국)=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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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전격 허용했다. 이에 지난 수십년 간 이어진 미군내 성소수자의 군 복무 논란이 또 다른 분기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전면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치를 뒤집었다. 백악관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 직후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군내에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군인은 성적 지향성이 아닌 오직 실력에 의해서만 평가받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차별, 배제, 퇴출, 강제전역 등의 조치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국방부가 군, 주 방위군에 대해 이 명령 이행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다. 또 성 정체성 때문에 강제 전역되거나 재입대를 거부당한 이들의 기록을 전면 재검토해 60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했고 성 정체성에 따른 퇴역과 분리를 금지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 취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뒤집고 트랜스젠더의 미군 모집을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당시 조치와 관련 "미군의 역량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군내 성소수자 복무 논란은 지난 빌 클린턴 행정부 시기부터 공론화되기 시작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공약으로서 "성소수자의 자유로운 군 복무"를 내세웠고 이에 1993년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을 실시했다. 이는 상관이 부하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 조사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자유로운 군 복무를 허용하는 정책이다. 성소수자의 자유로운 군 복무 허용이 당초 계획이었지만 의회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 속에 한발 물러나 성적지향성을 감추는 대신 군 복무는 허용한다는 정책으로 일보 후퇴한 것이다.
이 정책 시행 후 성소수자 군인 스스로 성 정체성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해 이들에 대한 억압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2011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이후 4년만인 2015년에는 국방부가 미군내 기회균등정책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처음으로 명문화하면서 성소수자 군인도 다른 동료들과 진급 등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했다. 당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오직 실력주의가 미군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이를 위해 미국내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전문조사연구기관 랜드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미 현역군인 중 약 2450여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복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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