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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과학의 귀환'…美코로나 상황에도 변화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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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 코로나 대처서 과학 추방…"과학에 재갈 물렸다"

바이든 "과학·건강 바탕해 결정할 것"…코로나 상황 달라질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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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이제는 전임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과학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짐작건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학보다는 경제가 선거에서 표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주지사들을 향해 봉쇄령을 풀고 빨리 경제를 재가동하라거나 학교 문을 다시 열라고 다그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가 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크게 괘념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었을 때 "매우 슬픈 이정표"라고 트위터에 올렸지만 국가 최고지도자가 이런 비보에 침묵한다는 비판이 빗발친 뒤 나온 반응이었다.

대신 그의 트위터는 과학을 따르려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데 훨씬 더 자주 동원됐다.

지난해 5월에는 검은색 마스크에 짙은 선글라스를 껴 범죄자를 연상시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진을 리트윗해 슬그머니 조롱했다. 폭스뉴스의 정치 평론가 브릿 흄이 "트럼프가 왜 공개적으로 마스크를 안 쓰고 싶어하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적은 트윗을 리트윗한 것이다.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두고선 "사람들은 파우치와 이 모든 멍청이들의 얘기를 듣는 데 진절머리를 낸다"며 "파우치는 재앙"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처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슈는 마스크 착용이다. 마스크 착용을 백안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는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을 '정치적 행위'로 변질시켰다.

그의 지지자들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됐다. 아마도 마스크가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한, 세계사적으로 드문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학을 홀대했을 뿐 아니라 사고 방식도 별로 과학적이지도 않았다.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빠르게 잡아냈다고 소개하는 백악관 브리핑 와중에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라며 살균제 주입을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언급해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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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셸 월렌스키 미 CDC 국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신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으로 임명된 로셸 월렌스키 박사는 새 정부 출범 하루 전인 지난 19일 한 화상 강연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CDC와 소속 과학자들에게 "재갈이 물려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것을 고쳐야만 한다"며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대중들에게 다시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과학자로서 소신을 지키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수차례 수모를 당한 파우치 소장은 CNN에 나와 지난 1년간 솔직함의 부족, 사실의 부족이 생명을 앗아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정부 출범 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할 때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다소 해방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로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미국에 들어오는 해외 여행객들을 격리하는 조치 등을 담은 여러 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일하고 정치적 결과가 아니라 과학과 건강만을 바탕으로 엄격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의 코로나19 대처에서 추방됐던 과학이 귀환한 듯하다.

그렇게 복귀한 과학이 해야 할 밀린 숙제들 중에는, 대중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백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 집단면역 달성을 앞당기는 일이 포함될 것이다.

돌아온 과학이 그동안 확진자·사망자 세계 1위의 불명예를 끌어안은 채 비틀거리던 미국의 모습을 바꿀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얼마나 바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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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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