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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손실보상법 밀어붙인 정세균…코로나와 대권 '두마리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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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반대 기류에 초강경 반응

이재명 재난지원금 주도해 존재감 키워…역점 사업 필요성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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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영업제한으로 발생한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 법제화를 강경하게 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을 제한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서민층의 어려움을 해결할 구체적 정책 성과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포석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 총리는 전날(21일)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과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위한 손실보상법이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제도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실 보상 법제화에 관해 "매주 월요일 대통령께 주례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여러 번 논의해서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다. 올해에는 입법이 이뤄지도록, 상반기 중에 그런 노력이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김용범 기획재정부1차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관련한 질문에 "해외 같은 경우 (피해보상을)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고 그때그때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와 국회가 논의를 해 지원 패키지를 짠다. 다른 나라는 예산도 법률 형태"라며 사실상 법제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 총리는 김 차관의 발언을 보고받은 뒤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격노했다고 한다. 정 총리가 대통령과 조율된 사항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입법을 추진한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기재부가 해외사례를 운운한 것은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정 총리는 같은 날 밤 방송에 출연해 "정부 일각에서 그걸(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 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의아스럽다"며 "개혁 과정에 항상 반대세력도 있고, 저항세력도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사필귀정"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기재부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전날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한 김용범 차관은 "손실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상세히 검토해 총리 지시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정 총리가 '험한 말'을 불사하며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방역의 안정성을 위해서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세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자영업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엔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해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까지 확산중이다.

특히 확진자 발생 추이가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영업제한 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이를 해제하더라도 재확산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영업제한이 반복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공 필요에 의해 재산권이 제한된 경우 법률로서 보상한다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보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총리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앞으로 이와 유사한 신종 감염병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이제는 이런 상황의 대비를 위한 적절한 지원과 제도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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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의 모습. 2021.1.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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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 총리가 손실보상법을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같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역점 사업'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손실보상법이 법제화 절차를 밟으면서 관련 이슈가 떠오른다면 정 총리의 이름은 필연적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 4차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선제적으로 주장하면서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엔 대권주자 양강구도를 형성하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큰 차이로 앞질렀고,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원을 일괄지급하는 방안까지 발표하면서 관련 이슈를 장악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새해 첫날부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사면론은 같은 여권에서조차 거센 비난에 직면했고, 결국 문 대통령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이 대표는 이후 '이익공유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 수준으로 정리되면서 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정 총리가 손실보상법 법제화를 계기로 내각 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있다. 대통령 단임제 특성상 임기가 말년으로 접어들면서 관료사회, 특히 재정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국정운영에 반기를 드는 경향이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번이 일회적인 논쟁 참여가 아니라, 향후 상시로 정책 현안이나 이슈에 대해 지금까지와 다르게 차별화된 메시지, 선명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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