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재배당 8일만에 강제수사…공익신고서로 시간단축
野공세로 정쟁화·법무부-대검 갈등 재현에 규명 서둘러
야권의 대정부 공세로 사건이 정쟁화한 데다 수그러들었던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의 갈등까지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심 일부 유죄로 법정구속된 김학의 전 차관 |
◇ 수원지검, 사건 재배당 8일만에 강제수사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21일 법무부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이규원 검사가 파견근무 중인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김 전 차관 출금을 전후해 생성된 문서 등을 확보했다.
대검찰청이 애초 안양지청에 배당된 사건을 지난 13일 수원지검 본청으로 재배당한 지 8일 만에 신속히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수원지검이 이처럼 조기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었던 데는 익명의 공익신고자가 작성한 100쪽 가까운 공익신고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법무부 내에서 사건 당시 만든 보고서, 출입국 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한 안양지청에서 조사받은 법무부 직원들의 진술서, 이 검사가 작성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와 사후 승인 요청서 사진까지 첨부돼 있다. 검찰로서는 기초 사실관계 파악에 소요될 시간을 대폭 절약한 셈이다.
검찰, 이규원 파견 검사 세종청사 사무실 압수수색 |
◇ 법무부-대검 갈등 재현 조짐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대검의 조치를 "검찰개혁에 반하는 극장형 수사"라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대검과 수뇌부가 책임져야 할 것을 일개 검사에게 미루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장 대행을 맡았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윤 총장이 징계 사태를 보복하기 위해 이 사건 수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동안 잠잠했던 법무부와 대검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 불법행위 공익제보 관련 기자회견하는 주호영 |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에까지 논란의 불씨가 옮아간 것도 검찰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사건은 애초 국민의힘이 지난달 초 공익신고를 받았다며 대검에 관련 기록을 넘기면서 수사 대상이 됐다.
한 달 가까이 수면 아래에 있던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자 국민의힘은 때를 놓치지 않고 여권과 정부를 향해 연일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김 전 차관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이 불법 출금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별검사나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법무부 불법행위 공익제보 관련 기자회견하는 주호영 |
◇ 재보궐선거 전 매듭 시도…파장 클듯
검찰 입장에서는 하루속히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 불필요한 갈등과 정치적 논쟁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예민한 상황이라 속전속결로 의혹을 매듭짓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수장인 박상기 전 장관의 책임론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만큼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든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수원지검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자연스러운 수사의 진행 과정에서 이뤄진 것일 뿐 어떠한 정치적 고려나 의도는 없다"며 속도전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검찰, '김학의 출금 사건' 법무부 전격 압수수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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