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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바이든 "통합에 내 영혼을 걸겠다"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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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시대 개막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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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철통같은 경계 속에 진행된 취임식 덕분에 별다른 소요 없이 정권 이양 절차가 마무리되자 미국 전체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안으로는 진영 간 적대를 종식하고 통합의 새 길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밖으로는 동맹을 복원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정치가 모든 것을 파괴하는 맹렬한 불길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하며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 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 등을 배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취임 연설에서 그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11번 사용했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 취임사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로 집계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통합에 내 영혼을 걸겠다"며 "미국의 역사는 공포가 아닌 희망,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으로 써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구했던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의 종언도 공식 선언했다.

그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며 "세계의 등불로 다시 설 순간이 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모범적인 힘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며 "평화와 발전, 안보를 위한 강하고도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모든 의사 결정은 미국인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를 결정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세계보건기구(WHO)에 잔류하겠다고 밝히는 등 다자주의 복원에 첫발을 뗐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을 고리 삼아 미국이 다시 전 세계적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지만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들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나갈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기후변화 △인종 평등 △경제 재건 △헬스케어 △이민 시스템 △국제적 위상 회복 등을 바이든 정부의 7대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최우선과제로 꼽았던 코로나19를 국정과제 리스트에 가장 먼저 올렸는데, 정책 중요도 순으로 볼 때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면 경제 회복뿐 아니라 다른 정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 직설적으로 나타나 있다.

다만 인준청문회를 통과한 각료 한 명 없이 출범하는 상황, 트럼프의 탄핵심판으로 인한 탄핵 정국, 코로나19 예산안 등에 대한 공화당의 반대 기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 폐기…바이든 "다시 전세계에 관여하겠다"


취임사로 본 美국정 방향

외교정책 최우선은 동맹복구
유엔에 WHO탈퇴 철회 통보

행정명령으로 트럼프 지우기
이슬람 국민 입국금지 무효

매일경제

조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의 취임사 키워드는 민주주의(Democracy) 통합(Unity) 그리고 동맹(Alliances)이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1분간에 걸친 취임 연설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국정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연설을 "오늘은 미국의 날이자 민주주의의 날"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이 거쳐온 힘든 시기를 쇳물을 녹이는 '도가니'에 비유했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호된 시련이었다는 의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한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소중하지만 깨지기 쉽다는 점을 다시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도시와 농촌, 보수와 진보 간 '야만적 전쟁'을 이제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극단주의와 백인 우월주의, 국내 무장세력을 지목하며 "미국은 이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주의와 함께 수차례 반복된 단어가 바로 통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전을 극복하고 영혼을 회복하려면 말보다 더 많은 것이 요구된다"며 "민주주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며 "위기와 도전의 순간이며 통합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사실이 조작되거나 심지어 창작되기까지 하는 문화를 거부해야 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은 거짓을 물리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첫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배경을 묻는 질문에 "취임사는 특정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향한 것"이라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연설이었다"고 답했다.

극심한 진영 간 갈등과 근거 없는 음모론에 대한 신봉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정치에도 적용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울림이 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첫 번째 포고령을 통해 '통합의 날'을 선포하고 국민들에게 적극적 협력을 당부했다.

국제무대에 미국의 복귀를 알리는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자주의 부활과 동맹 재건, 미국의 리더십 회복 등을 핵심 축으로 하는 외교정책 방향을 취임사에 담았다. 그는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미국은 시험을 받았지만 더 강해졌고 힘의 과시가 아니라 모범적인 힘을 통해 세계를 다시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당선 직후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외교위원장과 8년에 걸친 부통령 경력을 통해 스스로 외교 전문가를 자임해왔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방위비 분담금 협정 등 트럼프 정부에서 갈등을 빚었던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반면 중국에 대한 조직적 견제에 동참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고된 대로 이날 오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 '결단의 책상'에 앉아 무려 15건의 행정 조치와 2건의 기관 조치에 직접 서명했다.

가장 먼저 서명한 '행정명령 1호'는 연방정부 소속 공무원은 물론 연방정부가 소유한 건물과 땅에 출입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인종 평등을 확대 강화하기 위해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DPC)에 대책 수립을 지시하고 연방기관에 대해 인종 평등과 관련된 정책 성과 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무력화시켰던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문서에 서명한 것도 주목되는 순간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강력한 의지이자 국제무대에서 다자협의 체제를 복원하겠다는 결의를 함께 담은 조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원유를 수송하는 송유관 사업 허가도 환경영향을 이유로 철회했다. 그는 또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겠다고 알렸던 2020년 7월 서한을 철회하고 WHO 회원국으로 남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WHO는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 같은 위협에 맞서는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일부 이슬람 국가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 조처를 무효화하고 불법 체류 중인 청소년들의 강제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제도를 유지·강화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남긴 '반(反)이민정책' 방향을 되돌리겠다는 선언적 의미였다. 두 가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실시했던 조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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