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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기대반 우려반' 바이드노믹스…뉴욕증시는 '사상최고치'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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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시대 개막 ◆

매일경제

'기대 반(半), 우려 반(半)'.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데뷔를 보며 시장이 보인 반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의료보험과 주택담보대출을 걱정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강력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의 취임 일성에 주목했던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최대 과제로 내세운 만큼,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1조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이 본격화하면서 당분간 '허니문 랠리'를 예상하고 이에 베팅한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의 지난 19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 발언이 시장의 우려를 많이 누그러뜨렸다. 옐런 지명자는 "지금은 돈을 풀어야 할 때"라며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몇 차례 재확인했다. 옐런에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직을 수행 중인 제롬 파월 역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당분간 바꾸지 않겠다는 생각을 누누이 밝혀왔다.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이 신뢰 관계에 있고 지향점이 같다는 점에 시장은 안도하고 있다. 특히 백신 개발에만 추가로 250억달러를 쏟아붓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의지에 시장은 긍정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백신의 조속한 보급과 더불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스마트 방역'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미국 경제의 조기 회복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는 증시를 끌어올렸다. 바이든 시대에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짓눌렸던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하며 이날 나스닥 지수가 1.97% 올랐다. 역대 대통령 취임일 사상 최고 상승률이다.

전날 구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한 넷플릭스는 16.85%나 올랐다. 하루 상승 폭으로는 4년여 만에 최고치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39% 올랐다. 이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던 1985년 이후 36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취임 첫날 시장은 이렇게 화답했지만 한편에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 행정부 공식 출범에 발맞춰 기업들은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 35%에서 21%로 낮춘 법인세율을 28%로 다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자국으로 복귀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10%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반대로 미국 기업이 국외에서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와 판매하면 추가 10%(2.8%)의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른바 '해외 이전 징벌과세'(OTP)로 불리는 이 조치가 법인세 인상과 함께 적용될 경우 미국 기업의 법인세는 최고 30.8(28+2.8)%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무형자산(저작권, 특허 수입 등)을 통해 해외에서 얻은 수익(GILTI)에 대한 과세도 인상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 10.5%에서 두 배 높인 21%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바이든식 증세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옐런 지명자는 지난 19일 청문회에서 "법인세 인상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이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기업들을 일단 안심시켰다.

하지만 시간문제일 뿐 증세는 피할 수 없는 조치다. 식품 제조업체인 콘아그라 브랜즈의 데이비드 마버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세금이 오르면 주식을 매입하거나 인수·합병을 위해 사용할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세금 부담은 대폭 가중되지만, 이를 보완할 세제 혜택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토드 멧캐프 PwC 세금정책담당 임원은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같은 아이디어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정부가 제공할 세액공제 혜택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커클랜드 앤드루스 NRG에너지 재무책임자는 "세금 인센티브, 특히 재생에너지에 관한 것이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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