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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일사천리 제정된 정인이 방지법, "국회 그간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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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계기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
19일 관련 법 국무회의 의결··· 현장에 '영향'
경찰·아보전 등 조사권한 대폭 강화 이뤄져
권한만큼 책임도 커··· 과태료도 대폭 상향
대체로 환영 속 뒤늦은 변화 비판목소리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으로 촉발된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이어 국무회의까지 일사천리 통과됐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법처리 과정에서 피해아동 보호규정을 신설했으며 위법한 행위를 할 경우 처벌과 과태료를 상향하는 등의 대책이 포함된 안이다. 아동보호전담기관과 경찰 등 일선에선 실질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지난 수년 간 지속돼온 아동학대 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국회가 이슈가 되자 경쟁적으로 법안을 내놓고 통과시킨 상황에 수사기관과 시민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을 내비친다. 국회가 현장 목소리를 제 때 반영해야 비극적인 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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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회가 제출한 정인이 방지법을 의결했다.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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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아동학대 대응 전환 계기돼
21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제출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올해 중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전환점을 맞게 됐다. 기존엔 명백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으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경찰과 아보전의 권한 및 책임이 강화돼 보다 구체적인 조사를 하게 됐다.

당장 3월부터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2회만 접수돼도 경찰은 부모와 아동을 즉각 분리하는 조치에 들어간다. 현장에서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쉼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 점을 감안해 정부는 연내로 학대 피해 아동쉼터 29곳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0~2세 영아는 전문교육을 받은 보호가정이 위탁받아 관리하고 심리 및 정서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사업도 실시한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수년 간 현장에서 꾸준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대안들이다. 그간 국회에서도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 및 조사권 강화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된 바 있으나 입법은 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친권자인 부모가 현장조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조사를 강행하고, 피해아동과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문화돼 있지 않은 점은 현장 담당자들의 가장 큰 고충이었다. 조사권 부족으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아동을 부모와 분리한 담당 경찰관이 기소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일선 경찰이 수동적으로 임하게 된 배경이란 지적이다.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정인이 사건도 안타깝지만 알려지지 않은 참담한 학대사건이 아주 많다”며 “경찰관도 부모고 인간인데 잘 처리하고 싶어도 법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렇게 못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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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3일 서울 신월로 남부지방법원 앞에 학대로 숨진 아동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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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아동학대, 국회는 '놀았다'
이러한 목소리는 수년 간 여러 경로로 꾸준히 국회에 전달됐지만 충실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최교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사법경찰관의 긴급임시조치 권한과 의무 불이행시 과태료 강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해아동 격리기간 연장,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사법경찰과 아보전 직원의 조사권 강화 등을 골자로 법안을 내놨지만 모두 폐기됐다.

이중 21대 국회에 재입성한 서 의원이 정인양이 지속적인 학대를 겪던 지난해 여름 재차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법안은 임대차3법 등 현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일선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국회가 직무를 유기해왔다며 비판을 쏟아낸다. 서울 지역 아보전 한 관계자는 “물론 현장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직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이런 문제가 계속 보좌관들 통해서 의원에게 전달됐는데 당시엔 현장에 와보지도 않은 의원들이 정인이가 죽고 나니까 법안을 급조해서 뉴스에 한 줄 나오려고 안달하는 게 꼴사납다”고 비난했다.

실제 정인양 사망 사건이 화제가 되자 관련 법안이 무려 40여건이나 쏟아졌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온 이들 법안 가운데 9건을 추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에서 이른바 정인이 방지법을 의결해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법안을 의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각종 법안 발의 이후 2주 정도에 불과했다.

뒤늦은 조치지만 일선 관계자들은 변화를 반긴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제도가 먼저고 집행은 다음”이라며 “경찰로 신고를 일원화해 책임을 주고 정당하게 조사하고 분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졌단 걸 다들 숙지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분명한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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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아동학대 처벌 사례.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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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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