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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만났다] 용혜인 "내년 대선, '기본소득 대통령'이 도입 시기 앞당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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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기본소득 도입의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으로 보고 있어요. 한국은 대통령의 권한이 매우 큰 나라인 만큼 대선에서 기본소득이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기본소득 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기본소득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 얼마만큼 득표하고 실제로 당선될 수 있느냐가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본소득의 현실 가능성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불붙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여러 정치인이 서로 다른 형태의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면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일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재난기본소득은 정기적이지 않은 '한시적' 재난지원금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조건 혹은 대가 없이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준다는 점에선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서울형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나 전 의원이 제시한 서울형 기본소득은 가구 소득이 상대적 빈곤선 아래인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제도는 모두에게 동등한 현금을 정기 지급하는 제도"라며 "나 후보와 국민의힘이 말하는 '선별·차등지원'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다.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자 원내대표인 용혜인 의원이 꿈꾸는 '기본소득'은 과연 무엇일까. 기본소득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투데이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용혜인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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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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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미래 이슈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변화에 대한 중요한 논의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에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기본소득'이란 '무조건적·보편적·개별적' 원칙에 따라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동등한 현금을 정기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기본소득당의 기본소득 모델은 매월 전 국민에게 60만 원을 지급하는 모델이다. '60만 원'이라는 액수는 정부가 최저 생활비의 명목으로 지급하는 '생계급여'가 2020년 기준 52만7158원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생계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매월 지급하는 돈으로, 기본소득이 우선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용혜인 의원은 "예전에는 '경제 위기'가 금융의 영역에서 시작해 실물 경제까지 여파가 내려오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코로나19의 경제 위기는 '실물 경제'의 영역에서부터 터졌다"며 "이번 위기를 통해 경제 활동이 멈춰버리는 순간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수요'가 끊겨버리는 상황이라는 점을 배운 것"이라며 수요를 창출하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용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의 변화와 관련해서도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사라진 시대에 '최소한의 생계비'라는 복지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고 동시에 새로운 '수요'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는 미래의 이슈이기도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변화에 대한 아주 중요한 논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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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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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마련, 탄소세·토지보유세 등 전반적인 세제 개편 필요


기본소득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 국민에게 최저 생계비 이상의 돈을 매월 지급하려면 그만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인 기본소득당에서 밝힌 '월 60만 원' 모델의 한 해 재원만 360조 원 규모다.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용 의원은 탄소세·토지보유세·소득세 등 전반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용 의원은 '누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층에게 더욱 많은 세금을 걷으면서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증세도 진행하자는 것이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이 설계한 모델에 따르면 1인 기준으로 연간 소득이 1억 정도 되는 사람은 내는 금액과 받는 금액이 비슷하게 설계돼 있고 국민들의 대부분은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를 통해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것이 더 많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한 재원이 있으면 선별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반박에 대해선 "기존의 선별 복지를 강화하는 방식이라면 어느 누가 '내가 세금 더 낼게'라고 이야기하겠나. 지금도 내가 내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내가 세금을 더 내는데 앞으로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면 증세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 증세를 하는 것이 선별 복지를 강화하는 것보다도 현실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될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기본소득은 시대 변화의 지극히 당연한 흐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실현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기본소득 도입의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은 대통령의 권한이 매우 큰 나라인 만큼 대선에서 기본소득이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기본소득 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기본소득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 얼마만큼 득표하고 실제로 당선될 수 있느냐가 기본소득 실현 시기를 앞당기는 데에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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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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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탄소세법, 탄소 배출 줄이고 전 국민 10만 원 배당 지급


용혜인 의원은 7일 '기본소득 탄소세법'을 발의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세입을 국민에게 배당으로 균등 분배하자"고 제안했다. 에너지·제조·운송에 쓰이는 화석연료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 1톤당 8만 원의 세율로 과세하자는 것이다.

탄소세는 석유와 석탄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포함된 탄소량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업종이라면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된다. 해외에선 이미 핀란드·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 등이 탄소세를 적용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은 "예전엔 지구온난화가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면, 작년 한 해 홍수·한파 등 이상기후 현상을 겪으면서 국민에게 현실로 와 닿는 이야기가 됐을 것 같다"며 "기후 위기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으며 대한민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기본소득 탄소세법의 취지를 밝혔다.

용 의원은 특히 '스위스'의 탄소세 도입 사례에 주목했다. 스위스는 2008년 탄소세를 도입하면서 탄소세로 거둬들인 돈을 국민에게 n분의 1로 배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의 반발에 부딪힌 프랑스·호주와 달리 오히려 탄소세 과세액을 늘릴 수 있었다. 용 의원은 '스위스의 사례는 국민이 내게 되는 탄소세보다 배당금으로 더 많은 금액을 돌려받는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줄일수록 돌려받는 금액은 더 커지고 배출량을 감축할만한 유인책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금을 톤당 8만5000원가량 걷었을 때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배당 금액은 매월 10만 원 정도다. 그는 "탄소세 도입 논의도 필요하지만, 스위스의 사례처럼 배당과 연동된 방식의 모델을 설계해야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고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해 법안을 발의했다"며 "탄소세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정부에서도 검토가 시작된다면 2021년에는 좀 더 적극적인 논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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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시민당으로 국회에 입성한 용혜인 당선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당 복당 기자회견에 앞서 복당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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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당일수록 평소에 잘해야 한다는 교훈 얻었다"


19일은 '기본소득당'이 창당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인 용혜인 의원에게 지난 한 해 의정 활동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용 의원은 1인이 있는 정당의 의원으로 활동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추경·결산안·국정 감사 등을 하면서 얻은 교훈은 '작은 정당일수록 평소에 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2021년에는 보다 정책적으로 내실 있고 전문적인 의정활동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임기가 끝난 뒤에 평가받을 때 300명의 의원 중 1명이었지만 '용혜인이 국회에 있어서 이런 게 참 괜찮았지'라는 평가를 받고 기본소득당이 이후에도 계속해서 의정 활동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투데이/정대한 기자(vishali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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