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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곤 흔적 지우는 닛산… '일본식 경영'으로 운전대 다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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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악명
재임중 직원 30% 짐싸게 만들어
CEO 바뀌고 적자 여전하지만
사무직 전원 정규직화 선언
무너진 경영진 신뢰 회복에 나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대응 포석도


파이낸셜뉴스

카를로스 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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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과거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뺄셈의 경영'을 선보였던 일본 닛산자동차가 오는 4월부터 사무직 분야 약 800여명의 계약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6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예고하고 있으나, '덧셈의 경영'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계약직 직원의 전원 정규직화는 일본 대기업계에서도 좀 처럼 드문 일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닛산은 일본 요코하마 본사 등 일본 내 주요 거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800명 정도의 계약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다만, 생산직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직원들은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닛산 측은 사무직 분야 계약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화에 대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직장 내 일체감과 사기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규직 전환은 과거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상징된 '카를로스 곤 시대'와 완전 결별이자, 고용유지를 미덕으로 여기는 기존 일본식 경영으로 복귀를 선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1999년 망하기 일보직전의 닛산은 헐값에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에 인수됐다. 르노 부사장이었던 카를로스 곤이 닛산 사장으로 취임, 이때부터 종신고용으로 요약되는 일본식 경영을 비웃듯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곤은 무자비한 '칼잡이', '비용절감의 귀재'라는 별명답게 닛산의 직원들과 사업을 거침없이 정리했다. 약 30%의 직원들이 잘려나갔다. 대략 2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평생고용을 지향하던 일본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공격 경영이었으나, 르노 체제 2년만에 닛산은 브이(V)자 성장을 기록했고 아무도 그의 독주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구식 구조조정을 선보인지 20년만인 2018년을 기점으로 곤 회장의 각종 비위가 드러났고, 이방인 곤을 축출하는데 일조한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도 거액의 보수를 부당하게 챙긴 사실을 들통나면서 닛산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음은 물론이다.

회복기에 있다고 하나, 닛산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카를로스 곤의 확대경영 노선의 후유증에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6150억엔(약 6조5100억원)최종 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시장에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줌과 동시에 '일본식 경영'으로 복귀를 선언, 경영진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 인재 확보도 닛산이 내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영 합리화와 신차 발표 등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며 "수익회복에 대한 기대감 배경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점차 벗어날 경우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신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애사심'을 갖춘 숙련된 인재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적용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오는 4월부터 적용된다. 지난 2018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본우편 비정규직 직원이 제기한 소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처음으로 적용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법적으로 구비되면서, 기업들로서는 법 준수와 함께 분쟁이 될 소지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법적으로 처벌조항은 없으나, 손해배상 소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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