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의 아들'로 신뢰·통합 강조…메르켈과 관계 정립·메르츠 포용 등 과제
다만 그가 기민당·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총리 후보가 돼 연방 하원 선거를 거쳐 메르켈 총리를 잇는 새 총리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라셰트 대표는 우선 두 달도 남지 않은 3월 14일 2개 주의회 선거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기민·기사당 연합 총리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기화한 당 대표 선거에 따른 분열을 딛고 당을 통합하는 동시에 포스트 메르켈 체제의 밑그림을 성공적으로 선보여야 한다.
◇ '광부의 아들' 라셰트 "내 목표는 항상 통합과 단결"
광부 아버지의 갱내 징표 보여주는 아르민 라셰트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EPA=연합뉴스] |
1961년생인 라셰트 대표는 독일내 인구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 출신이다.
18세였던 1979년 기민당 당원으로 가입했고, 1994년 연방의원에, 1999년에는 유럽의회 의원에 각각 선출됐다.
2005년에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에 합류해 세대·가족·여성·통합 초대 장관을 지냈다.
당시 그는 독일 내 최초 주 정부 통합 장관으로서 이민자들에게 교육 등에 있어서 균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후 그는 2017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로 선출됐다.
그는 당 대표 출마 연설에서 광부로 일했던 아버지로부터 얻은 교훈을 부각했다.
아버지 하인츠 라셰트는 광산 갱내에서 일하면서 동료들과 서로를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행운의 부적으로 건네줬다는 갱내에서 착용했던 징표를 꺼내 보이면서, 광부들이 갱내에서 서로에게 주는 믿음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구를 믿느냐는 것"이라며 "나는 대단한 기획가나 조직가는 아니지만, 나는 라셰트고, 그 점에 있어서는 여러분이 나를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연설에서는 평소 지론인 통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라셰트 대표는 "나는 우리가 올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면서 "기민당은 우선 주의회 선거에서 성공해야 하며, 이후 연방의회 선거를 위해 총리 후보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앞으로 과제는…"메르켈과 관계 정립·메르츠 어떻게 안고 가느냐"
인사 나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아르민 라셰트 기독민주당 대표[로이터=연합뉴스] |
라셰트 신임 당 대표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단 분열된 당을 하나로 추슬러서 선거를 치르는 게 급선무다.
당장 오는 3월 14일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라인란트팔츠 주의회 선거가 임박했다. 기민당은 이들 주에서 주지사 자리를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어 튀링엔주(4월25일), 작센안할트주(6월6일), 베를린시·메클렌부르크포폼메른주(9월26일) 등에서 줄줄이 주의회 선거를 치러야 한다.
오는 9월 26일에는 독일 연방하원 선거가 열린다. 새 연방하원은 16년 만에 메르켈 총리를 이을 새로운 총리를 선출한다.
기민당은 전통적으로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온 기사당과 오는 3월 주의회 선거 이후 연합 총리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체로 다수파인 기민당 내에서 총리 후보가 선출돼 왔지만, 이번에는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지사 겸 기사당 대표가 총리 후보로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35∼37%로 사회민주당(SPD)이나 녹색당, 좌파당 등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민·기사당 연합 총리 후보는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라셰트로서는 당장 당 대표 선거전에서 후광을 입은 메르켈 총리와의 관계 정립을 어떻게 할지, 당 대표 선거에서 패배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를 어떻게 안고 갈지가 문제다.
앞서 메르켈 총리가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전 당 대표가 메르켈 총리와의 관계 정립에 실패한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지적했다.
물론 라셰트 당 대표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로서 입지가 안정적이고 메르켈 총리의 당내 인기도 최고조를 달리고 있지만, 당 대표와 총리로서 조심스럽게 새로운 관계 정립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크지 않은 표 차로 패배한 메르츠 후보 진영을 달래서 끌어안는 것도 급선무다. 당장 메르츠 후보는 패배 이후 당 지도부 자리를 마다한 채 경제장관 자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메르켈 총리로부터 거절당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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