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최근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피해자 동의에 따른 외교적 해법 마련과 함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년맞이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집행 방식으로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이) 현금화되거나, 판결이 실행되는 방식은 한·일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런 단계가 되기 전에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한·일 과거사 관련 발언은 집권 4년여를 되돌아보면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발언으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가 복원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그 외교적 해법은 원고(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을 양국 정부가 회의하고, 한국이 최대한 설득해내고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한·일 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건 그대로 사안별로 분리해 서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일 관계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일본기업 배상판결 문제와 지난 8일 위안부 배상 판결 문제로 최악의 상태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합의로 이미 종결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재판 이후 원고 배상을 위한 일본 기업 자산 매각 절차가 진행 중으로 자산 현금화 조치는 한·일 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자산 현금화 조치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자산 현금화가 한·일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직접 언급한 것도 정부가 관계 개선의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정부는 '일본통'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주일본 한국대사에 임명하며 한·일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문 대통령이 "양국이 여러 차원의 대화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서 솔직히 조금 곤혹스럽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강경해진 일본 정부를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요미우리에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간 직후 "문 대통령이 현금화에 대해 위기감을 표명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며 평가하면서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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