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5545612 0682021011765545612 04 0401001 6.2.4-RELEASE 68 동아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10844480000

전쟁터 막사로 변한 美국회의사당, 내부 들어가보니…

글자크기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휩쓸고 간 지 열흘이 지난 16일(현지 시간) 국회의사당 내부는 깨끗이 정리돼 있었다. 대리석 바닥은 깨끗했고 깨졌던 유리창도 전부 새 것으로 교체돼 있었다. 금색으로 테를 두른 붉은색 휘장도, 미국 위인들의 흉상과 전신상들도 그대로였다. 다만 지지자들이 난입했던 입구의 문과 유리창 위로 가림막이 덧대어져 있는 것이 6일 난입 사태의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의 로툰다 홀에서는 취임식 촬영을 위한 방송 중계를 위한 장비 세팅 작업이 한창이었다. 커다란 크레인에 조명을 걸어놓고 방송사 스태프와 의회 관계자 몇 명이 선 채로 속삭이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명과 음향 조절장치를 만지고 있던 한 남성은 ‘신변 걱정은 없느냐’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통제가 크게 강화돼 있으니 괜찮겠죠.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도록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고요하고 엄숙한 국회의사당의 분위기는 본관 지하에서 연결되는 별관의 방문자 센터(visitor center)로 들어가자 완전히 달라졌다. 군복을 입은 주 방위군 병사 백여 명이 곳곳에 앉거나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병사들의 배낭은 바닥에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말 그대로 임시 막사였다. 홀 한 쪽에서는 교대 순번이 된 병사 30명 정도가 검은색 총을 들고 중무장을 한 채 출입구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후 3시. 그나마 방위군들 대부분이 외부 순찰과 경비를 위해 나간 상태여서 늦은 밤 잠을 청하는 병사들이 로비에 일렬로 드러누운 채 대형 로비를 가득 채웠던 충격적인 외신 사진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지는 않았다.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에 배치된 주 방위군의 수는 기존 1만5000명에서 최근 5000명이 더 늘어난 2만 명. 이들의 대부분이 숙식을 이 곳에서 침낭 하나 없이 맨몸으로 해결하고 있다.

방문자들이 이용하던 카페테리아는 병사들의 구내식당이 돼 있었다. 늦은 오후의 순찰 근무를 끝내고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군복 차림의 병사들로 테이블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었다. 커피를 한 잔 사려는 기자에게 한 병사는 “이 카페테리아는 우리 같은 병사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 일반인이 따로 돈을 내고 음식이나 음료를 사기는 어렵다”고 알려줬다. 그러고 보니 의회 출입증을 목에 건 채 바쁘게 오가는 보좌관 한두 명과 기자를 빼놓으면 민간인은 아무도 없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병사들 일부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국회의사당 내부의 인테리어를 들여다보거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석상 홀(Statuary Hall)에서는 의회 경비가 십여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간단한 투어를 시켜주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한 병사는 다소 민망한지 기자에게 “잠깐 쉬는 시간”이라며 “힘든 환경이지만 또 다른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20일 취임식이 끝날 때까지는 여기에 이렇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폭풍의 핵인 국회의사당 내부의 이런 고요함은 국회의사당 외부의 삼엄함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국회의사당 외부는 교전 직전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팽팽했다. 국회의사당으로 연결되는 거의 모든 도로는 경찰차와 함께 대형 군용차들이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높이가 3.5m 이상인 대형 철제 펜스가 국회의사당의 사면을 빈틈없이 둘러쌌다. 이 펜스를 따라 총을 든 방위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두고 배치돼 있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앞의 기다란 잔디 공원인 ‘내셔널 몰(National Mall)’도 전부 이 철제 펜스로 접근이 원천봉쇄됐다.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나왔던 시민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동영상을 찍고 있던 한 백인 남성은 “워싱턴에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나중에 내 손자들에게 꼭 이야기해 주리라”고 혼잣말을 했다.

워싱턴 보안당국은 이날부터 취임식까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인근의 모든 지하철역을 봉쇄했다. 자동차 도로들도 워싱턴 진입 구간부터 거의 통제다. 기자증이나 의회 출입증이 없는 외부 일반인들은 사실상 워싱턴 중심부로 들어갈 없다. 기자가 국회의사당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은 뒤 여러 차례의 검문 구간을 거쳐 정문을 통과하는 데까지는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워싱턴 당국은 대통령 취임식 관련한 치안 및 통제 상황을 알리는 언론 브리핑과 함께 각종 공지문자 발송을 계속하고 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혹시라도 수상한 행동을 보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며 신고 번호를 카메라 앞에서 직접 불렀다. 취임식 기간에는 워싱턴을 방문하지 말고 집에서 TV로 행사를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이날 총을 비롯한 무기 외에 반려동물, 풍선, 플래카드는 물론 셀카봉까지 모두 포함시킨 취임식 행사 ‘금지 품목’을 공지했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