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사면 건의' 발언이 하락세 부채질
이익공유제 등 정책행보, 이재명 차별화에 빛 가려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 발언하는 이낙연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홍규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대권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당대표 취임 후 하락세를 이어온 지지율이 어느새 두자릿수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대세론'이 속절없이 허물어진 것이다.
한국갤럽이 15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10%로 한 달 전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월 갤럽이 차기 주자 지지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3%)와의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도 문제지만 고향이자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이 지사에게 추월당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호남에서 이 지사는 28%를 기록, 이 대표(21%)를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으로 따돌렸다.
'이낙연 대세론'에 쏠렸던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지사는 43%로 이 대표(23%)를 거의 더블스코어차로 리드했다. 중도층에서도 이 대표 지지율은 지난달 14%에서 이달 7%로 반토막 났다.
최근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이 대표 지지율은 14.1%로, 이 지사(25.5%)에 10%포인트 넘게 뒤졌다.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간 이 대표와 '동조 현상'을 보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바닥을 치고 반등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새해 일성으로 꺼내든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지지율 하락세를 부채질한 것이란 분석을 낳게 한다.
'국민통합'이라는 사면 언급의 의도와 달리 전통적 지지층은 물론 중도 및 보수층에도 반발을 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강한 대구·경북 등 영남에서의 이 대표 지지율이 갤럽조사에서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에서 이러한 민심의 흐름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가진 근본적 딜레마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낙연의 브랜드인 사이다발언은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사실상 생명이 다했다"며 "그렇다고 이제와서 각을 세운다고 해도 이재명의 시끄러운 차별화 행보 속에서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최고위 발언 |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 진영은 갈수록 싸늘해지는 여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반전의 계기를 찾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호남이 사면 발언 하나로 이낙연을 버리겠느냐"며 "호남은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노력에 의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생각보다 지지율이 많이 떨어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서울시장 선거와 코로나 극복이 반전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경제 양극화의 처방으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제안하며 정책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화두로 꺼낸 사면이라는 정치적 통합의 범위를 경제, 사회로 넓혀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차별화된 정책 행보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빛을 낼지 미지수다.
당 관계자는 "결국 4월 재보선에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달렸다"며 "선대위원장을 맡아 재보선에 이기면 반전에 성공하겠지만 진다면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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