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차관 공항 체포 당시 ‘가짜 사건번호’로 출금 조치 의혹
고발 한 달여 만에…김학의 사건 수사했던 검사에게 재배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의 뇌물수수 의혹 재수사 과정에서 법무부가 위법한 방법으로 출국금지 조치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원지검 본청이 수사한다.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는 검찰 과거사 정리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나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 논란이 불거졌다.
대검찰청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에 배당됐던 김 전 차관에 대한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 관련 고발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에 재배당했다고 13일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최근 언론보도 등으로 제기된 의혹을 보다 충실하게 수사하기 위해 사건을 수원지검 본청에 재배당했다”며 “이정섭 부장검사는 ‘검찰 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 참여해 김 전 차관 사건의 본류를 수사하고 공판까지 참여한 검사로 더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은 법무부가 2019년 김 전 차관 재수사 과정에서 출국정보를 무단 조회하고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서울동부지검 검사가 관여해 ‘가짜’ 사건번호를 사용, 출금 조치를 내렸다는 의혹이다. 국민의힘이 공익신고자의 제보를 받아 지난해 12월8일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 2심에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3년과 2014년 검찰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린 그의 뇌물수수 및 성폭행 의혹 수사는 2018년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가 재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9년 3월18일 청와대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이후 김 전 차관에게 긴급 출금 조치가 내려졌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발권수속을 마치고 0시20분 출발하는 태국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체포됐다.
검찰 과거사위 입장에서 출금 조치는 수사를 개시하기 위한 첫 단추였지만 끊임없이 위법 논란에 휘말렸다. 출금 신청은 수사기관만 할 수 있다. 앞서 대검은 조사단의 출금 요청을 거부했다.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 고발 내용에 따르면 과거 무혐의 처리된 사건번호 및 ‘가짜 사건번호’가 동원됐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서울동부지검 이모 검사는 2013년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건번호(중앙지검 2013년 형제 65889호)를 제시하며 법무부 출입국 담당 직원에게 긴급 출금을 신청했다.
수사기관이 대상자를 출금 조치한 이후 6시간 이내에 긴급 출금 승인요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는 규정에 따라 2019년 3월23일 오전 7시 법무부 전산망에 입력된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승인요청서에는 사건번호가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라고 적혔다. 이는 김 전 차관과 관련 없는 ‘가짜 사건번호’라는 것이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가짜 사건번호’를 활용한 출금 조치는 위법이라는 것만큼은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가 반복된다는 의구심 속에서 강제수사권이 없는 조사단이 김 전 차관을 처벌하겠다는 목적을 무리하게 달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 셈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긴박한 사안임을 감안하더라도 수사관행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절차대로라면 (일단 출국시키고) 증거를 더 확보한 뒤 국제 공조수사를 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그 법들은 어떻게 문턱을 넘지 못했나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