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3200선까지 돌파했다가 지난 11~12일 조정을 받았던 코스피가 13일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1% 상승한 3148.29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691억원, 1935억원을 순매수했다. 11~12일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13일에는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연초 증시는 개인의 역대급 순매수와 기관의 순매도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8거래일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0조868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은 10조5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 압력을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투자자도 같은 기간 27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매물 폭탄을 던지며 지수 상승을 억제한 기관들은 대부분 프로그램 매물로 주로 대형주에 영향을 미쳐 추가적인 지수 상승을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연기금은 3조원 이상 매물을 쏟아내며 개인투자자들이 어렵게 올려놓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결국 개인과 기관의 대결 구도 속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흐름이 향후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자금의 향방은 14일(현지시간)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 달렸다. 최근 연준 이사 일부가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가능성이 높아져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을 제약해왔다.
[문지웅 기자 / 신유경 기자]
연기금 4조 '팔자'에 발목잡힌 코스피…향후 전망은?
한국 증시 이유 있는 혼조세
연기금 12거래일 연속 순매도
비중조절 탓 기관매도 지속될듯
펀드 환매도 자금 이탈 부추겨
개미가 사는 만큼 기관은 던져
결국 외국인이 증시 향방 열쇠
외인, 환율 혼조세에 관망 불구
순환매 주도하며 존재감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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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이번주 들어 혼조세를 보인 배경에 기관투자가의 대량 매도가 깔려 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7196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증시를 달궜다. 기관이 9조489억원을 순매도하자 이를 소화하면서 코스피 급락을 방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이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해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향후 증시 흐름의 열쇠를 쥘 것으로 분석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0.71% 상승해 3148.29로 마감했다. 기관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725억원을 순매도하자, 개인과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서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기관은 올해 들어 4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코스피가 올해 9.56%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매도세다.
특히 기관 가운데 연기금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은 물론 각종 공제회 등을 포함한 수치다. 연기금은 투자신탁(투신)과 더불어 자체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관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3조5922억원에 달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관 가운데 금융투자는 단기 매매에 집중하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서 "투신과 연기금을 의미 있는 기관투자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은 지난달 24일부터 12거래일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를 이어갔고, 총 4조653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등은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이 정해져 있다"며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 비율을 넘어서자 계속해서 매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신의 매도 또한 지난해 11월 6일 이후 46거래일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신은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 자금이다. 투신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46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는 4조5611억원에 이른다. 투신의 순매도 행진은 펀드 자금 이탈 때문이다. 지난해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이 올해도 이어지며 개인투자자들이 간접투자 상품보다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서며 펀드 환매를 요청하고 있어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은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인이 대거 직접투자에 나서면서 펀드를 해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코스피 상승장 속에서 기관은 적극적으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7300억원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유출된 자금도 3600억원이 넘는다. 다만 펀드 환매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주식 시장으로 유입돼 투자자 예탁금이 11일 기준 70조원을 돌파한 부분은 코스피 상승 여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기관이 빠져나간 자리는 외국인 투자자가 채우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667억원에 그친다. 외국인이 코스피 선물 시장에서 줄곧 매도를 이어갔지만, 코스피 현물은 매도와 매수를 번갈아 가면서 대응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코스피가 올라도 환차손이 발생하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달러당 원화값은 1085~1095원 안팎에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코스피 상승장 속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이유다. 최근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1%를 상회하면서 반등세로 접어들었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상승 추세에 진입하고 있어 대량으로 코스피 현물 매도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코스피가 혼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락 이후 급반등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업종·종목의 반등세가 뚜렷하다"며 "상승 추세 재개보다는 업종 순환매 국면으로 판단되며, 순환매를 주도하고 있는 매매 주체는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3150을 넘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면서 "펀더멘털(내재가치)과 괴리가 많이 발생해 장기 금리 상승세를 넘어서는 실적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지웅 기자 /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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