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선동 혐의…13일 표결
‘직무 배제하고 부통령 대행’
수정헌법 25조 결의안도
상원 통과 여부 장담 못해
바이든 취임 뒤 송부 전망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안을 하원에서 공식 발의했다. 탄핵 사유는 내란 선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두 차례 통과된 대통령이란 오명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4쪽짜리 탄핵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를 탄핵 근거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 앞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하면서 “우리는 이 선거에서 이겼다”면서 “여러분이 맹렬히 싸우지 않는다면 나라를 다시는 갖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안은 이 발언이 지지자들의 의사당 불법침입을 조장했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박한 점도 탄핵 사유로 들었다.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전과 정부의 제도들을 중대한 위험에 빠트렸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직에 계속 있으면 헌법과 민주주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직 출마 자격도 박탈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 추진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재도전을 막으려는 계산이 깔려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이날 탄핵안과 함께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발의했다. 부통령과 내각 과반 찬성으로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부통령이 대행을 맡는다면 탄핵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25조 발동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결의안이 통과된 후 펜스 부통령이 24시간 이내에 응하지 않으면 탄핵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12일 수정헌법 25조 발동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고, 13일 탄핵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됐지만 상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직무 박탈을 면한 바 있다. 이번에 발의된 두 번째 탄핵안도 과반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하원 435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2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원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3분의 2의 이상 찬성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화당 의원 중 최소 17명이 반트럼프로 돌아서야 한다. 더구나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당선자 취임식 전날인 19일까지는 상원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이 상원에 송부돼도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엔 논의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상원에서 탄핵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민주당은 바이든 정부 출범과 동시에 탄핵 정국이 형성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국정운영 키워드로 내세운 통합과도 배치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탄핵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킨 후 바이든 당선자 취임 100일 이후 상원에 송부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내란 선동에 대한 단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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