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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환경부의 공식 피해 인정과 상반된 가습기메이트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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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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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이 12일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 대해 1심 무죄 선고를 한 직후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조순미씨가 재판 결과에 대해 발언하던 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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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대기업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SK케미칼은 독성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으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었고, 애경산업 등은 이를 판매했다. 검찰은 그 결과 12명이 죽고 87명이 다쳤다고 판단하고 이들 기업의 임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다른 독성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관련 업체 임원들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과 역학 조사 등이 이뤄졌으나 폐질환과 천식에 영향을 줬다고 결론을 내린 보고서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 사법의 근본 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증거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형사 재판의 특성과 재판부의 고뇌를 이해한다.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그동안 환경부가 CMIT·MIT 함유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해온 것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혼란스럽다. 법원 판결대로라면 검찰은 무고한 기업인을 기소한 셈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2011년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폐질환으로 사망하면서 표면화했다. 가습기살균제 흡입이 원인으로 드러나 ‘사회적 참사’로 규정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인원이나 제품 개발 및 판매 과정, 정부의 허술한 보건 시스템 등에 관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가해자 처벌은커녕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위해성도 법원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진상규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국회는 사회적참사특별법을 개정하면서 활동기간이 1년6개월 연장된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업무에서 가습기살균제 진상조사를 제외했다. 그동안 정부에 접수된 피해신고가 6817명, 사망 1553명이다. 국회와 정부, 수사당국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뭐라고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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