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루이 중국 인민대 응용경제학원 교수
관세철폐 안하면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차이 없는 셈
RCEP 체결 따라 세계 경제는 이제 동아시아에 의존
中 '디지털·지능화·신소재·헬스케어' 4대 산업 육성
韓 경제, 중국과 협력하면 시장 규모 수십배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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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어긋났던 미중 관계를 되돌리고 싶다면 트럼프의 유산을 먼저 없애야 합니다.”
류루이(61·사진) 중국 인민대 응용경제학원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신년 해외 특별 인터뷰에서 “미중 대화가 막혔던 것은 미국이 지나친 고율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 협상의 전제 조건은 미국의 관세 철폐”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경제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중국 경제의 발전 모델로서의 지속 가능 성장 계획 수립에 대해 정부에 정책 자문을 한 경제학자다. 지난 2001~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박사 후 연구 과정을 밟고 이후에도 한중 관계 변화와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방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중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로 통한다. 류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중국에서 협력할 기회가 많다”며 “중국은 한국이 미국처럼 중국을 제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는 고난의 한 해였다. 중국이나 세계 모두 어려웠는데.
△너무 어려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었어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전 세계적인 무역 전쟁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도 세계화에 충격이었다. 인재 외에 자연재해의 피해도 컸다. 코로나19가 갑자기 폭발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고 또 코로나19 생활에 대한 습관도 얻었다. 전체적으로 어렵지만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중국 경제 실적은 괜찮았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좋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로 예상하는데 중국 내 평가나 개인적으로 보면 2%는 넘을 것 같다. 3% 가능성도 있다.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말 2019년 성장률을 기존 6.1%에서 6.0%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성장률 계산에서 유리해졌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 중국만이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주요 기관에서는 올해 8% 성장을 전망하는 곳도 있는데 과열이 아닌가.
△올해도 중국 경제는 문제없을 듯하다. IMF가 올해 8.2%를 예상했다. 물론 중국 전망치가 세계 최고는 아니다. 인도의 예상치는 8.8%고 베트남도 높다. 다만 중국이 8%를 달성한다는 것은 조금 놀랍다. IMF가 다소 낙관적인 듯하다. 수출에서 특수한 문제가 있는데 지난해는 수출에서 코로나19 관련 물량이 30%나 됐다. 올해는 이 부분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전체 증가율을 깎아 먹을 듯하다.
-올해는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14·5계획)이 시작되는 해다.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가 있다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4개 산업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 디지털 경제, 지능화, 신소재, 헬스케어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규제를 하는데 결국 우리가 생각한 방법은,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좋은 소식일 수도,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 중국과 협력하면 한국 시장이 수십 배 커지는 효과가 생긴다.
-지난해 11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했는데 어떤 의의가 있나.
△RCEP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체다. 인구·생산량 등에 있어 모두 북미를 넘어선다. 세계경제는 이제 동아시아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중국이 스스로 좋고 세계에도 좋으니까 적극적인 것이지 중국이 ‘대장(老大)’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 ‘대장’이 되려는 순간 아무도 협력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시 주석은 포괄적·점진적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고려한다고 했다. 그냥 한 말이 아니라 진짜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CPTPP에 들어간다면 무역체는 더 커지는 셈이다.
-RCEP 등을 통해 세계적 차원에서 미중 편 가르기가 진행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답은 윈윈에서 찾아야 한다. RCEP에 미국은 소극적이었다. 앞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하려 했고 버락 오바마 시대에 다 된 것이었는데 트럼프가 안 했다. 결국 일본 주도로 미국 없는 CPTPP가 맺어졌다. 미국이 가장 패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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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미중 갈등이 더 심해졌다고 생각하나.
△미국은 누구 탓을 못 한다. 자기들이 스스로 기회를 이용하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처음 폭발했을 때 적절한 응급 대응을 했으면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지금 미국 정부는 아무래도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포커로 치면 좋은 패를 가졌지만 결국은 진 셈이다. 그래도 미국은 회복할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대장’이다.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다. 미국의 새 정부 아래서의 미중 협상 전망을 어떻게 보나.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주변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해서 부추긴 것이다. 트럼프는 처음부터 이렇게 확전할 생각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냥 관세 부과를 통해 지식재산권 문제, 노동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중국이 양보하지 않았다. 처음에 중국을 제압할 수 없어 결국 확전된 것이다.
바이든 시대가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될지는 봐야 한다. 나는 낙관적이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중국산 방역 물자를 더 안 사게 되면 양국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간다. 무역 관계가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이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이 미국에 바라는 점은 뭔가.
△중국은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다만 양국이 정상적으로 대화하려면 우선 미국이 현행 고율 관세를 없애야 한다. 그 이후에 지식재산권 등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바이든이 만약 트럼프가 악화시킨 미중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다면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이런 트럼프의 유산(관세)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중국은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차이가 없다고 보게 된다. 관세는 양국 간의 구조적인 무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관세를 높여도 들여올 것은 들어오고 나갈 것은 나간다.
/글·사진(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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