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발견율 자체는 ‘전국 최저’ 수준
비수도권과 격차 크게 벌어져
균질한 관리 인프라 구축 필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정인이 사진에 시민이 헌화를 하고 있다. 이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정인이 양부모 재판을 앞두고 엄벌을 촉구하며 근조화환과 바람개비를 설치했다. [연합] |
세 차례 신고에도 정인 양의 사망을 막지 못한 서울의 아동학대 관리 시스템과 인프라가 전국 단위로는 최상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체계에 지역간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개선하고 균질한 관리 시스템을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 인구 1000명당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비율(이하 아동학대 발견율)은 서울시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1.74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 평균 아동학대 발견율은 서울의 2배를 넘는 3.81명이다. 평균을 올린 지역은 비수도권 지역인 전남(7.59명), 강원(7.05명), 전북 (6.30) 등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가 대한민국의 재정과 행정력이 집중된 수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낮은 아동학대 발견율은 학대 사례 ‘발생 비율’ 자체가 타 지역보다 낮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관리 체계가 열악한 비수도권 지역의 학대 발견율이 높은 점은, 발견한 피해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전국 아동학대 사망자 수 통계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는 포착된다. 일례로 2019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아동학대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경남지역(8명)이 전국 평균보다 발견율(2.39%)은 낮다. 세상을 등진 아이들의 수는 가장 많은데 아동학대를 발견하는 비율은 낮은 모순은 학대 조사 체계를 우려하게 하는 점이다. 같은 통계에서 서울과 경기도는 아동 인구 수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가 각각 7명(16.7%)으로 경남보다 적었다. 수도권인 인천(4명)도 마찬가지다.
경찰을 비롯해 아동학대를 관리하는 행정력 자체도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가 현저하다. 경찰은 11일 정인이 사건에 따른 후속 보안책으로 1급지 경찰서 74곳에 여청강력팀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국 1급지 경찰서 개수 자체도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 남북부가 31개로 가장 많았다. 반면 아동학대 사망 건수가 가장 많았던 경상남도의 1급지 경찰서는 서울의 3분의 1 수준인 10개에 불과하다. 전남, 강원 등 기타 지역의 1급지 경찰서는 각각 단 3개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간 아동학대 관리 체계에 차등이 발생하는 상황을 지적하고, 전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 관리를 지자체가 담당하게 됐지만, 이에 따라 지역간 행정력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 방지협회 대표는 “서울시가 잘하고 있는 게 아님에도 지방의 아동학대 전문 공무원 배치 상황은 더 열악하다”며 “아동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 인구 수에 비례해 인력을 충원하다보면 관할 면적이 늘어나 신고 받고 출동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지자체 재정능력에 따라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쓸 수 있는 예산이 천차만별”이라며 “전국에서 양질의 아동보호 체계가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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