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주요 시중은행 대출상황 점검
고강도 대출규제 재시행 여부 '촉각'
은행 대출창구 참고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새해 들어 빗장이 풀리면서 은행권 신용대출이 또다시 폭증의 조짐을 보이자 금융감독당국이 즉각 점검에 돌입했다. 연일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는 코스피가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를 자극하면 당분간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시행된 은행들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다시 시행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과 신용대출 집행 추이 등에 관한 화상회의를 열었다. 은행별 신용대출 취급 현황을 보고받고 연초 대출 급증 추세의 원인을 분석해보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특히 1억원을 넘는 고액 신용대출 사례가 얼마나 되는 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ㆍ고신용자들의 부동산 투자 등 비(非)생활자금 용도 고액 신용대출을 '핀셋규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이다.
5대 은행의 이달 8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886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133조6482억원)보다 2379억원이 늘었다. 하루 전인 7일 기준 잔액(134조1015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새해 들어 5영업일 밖에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비교적 가파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연말까지 시행된 취급 중단 등의 조치가 새해 들어 풀리면서 수요가 일시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흐름은 증시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코스피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3200선을 돌파했다. 지난 8일 세운 장중 최고가 기록 3161.11도 1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오전 10시30분 현재 삼성전자(4.84%), 현대차(13.21%), 현대모비스(6.26%)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호재에 급등했다.
특히 올해 초 카카오뱅크, SK바이오사이언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 가치가 조 단위에 달하는 대어급 업체들의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다. 이 역시 대출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공행진 증시가 대출심리 자극할 수
불붙은 증시에 어떻게든 뛰어들려는 수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은행권은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연초를 넘기면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기는 심리가 대출 총량을 확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세워둔 대출 목표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거나 다른 은행들에 견줘 증가세가 지나치게 큰 은행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대출 규제를 시행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시중은행들과 더불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몸집 불리기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비대면에 익숙하고 빚투에 더 적극적인 젊은층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어서다.
출범 첫 해인 2017년 말 5조4718억원이던 카카오뱅크ㆍ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2018년 말 9조5013억원, 2019년 말 13조8823억원, 지난해 말 18조8165억원으로 가파르게 불어났다. 3년 만에 4배 가까이로 늘어난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금융당국의 옥죄기로 지난해 말 중단했던 고신용 직장인 대상 마이너스통장 취급을 지난 1일 재개했다. 이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연초 신용대출 수요가 대거 몰려들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의 추세가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인터넷은행들로의 수요 분산 또한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젊은층의 경우 주거래 개념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인터넷은행들이 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올해 하반기 출범할 경우 인터넷은행의 대출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