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친양자 입양엔 민법…보호아동 입양엔 입양특례법
입양특례법에는 있지만 민법에는 없는 규정들…"손질 필요"
입양(PG) |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관한 법령 개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차제에 입양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을 비롯해 아동복지법 등 법률 개정안이 다수 제출된 상태다.
이 가운데 입양 관련 법령의 경우 입양 실태조사나 입양기관 사후관리 강화 등 내용을 담은 입양특례법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입양 법제가 민법과 입양특례법으로 이원화돼 발생한 제도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인이 추모 |
◇ 입양제도, 민법·입양특례법으로 이원화
입양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일반 입양(혈연적 친자 관계가 없는 사람 사이에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맺는 것)과 친양자 입양(미성년 양자를 완전한 친생자로 인정하는 것)은 민법에서 규정한다. 시설에 맡겨진 보호대상 아동의 입양은 입양특례법을 적용받는다.
입양특례법은 양친이 될 자격을 엄격하게 명시한다. 충분한 재산이나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마약 등의 범죄나 알코올 등 약물중독의 경력이 없을 것 외에 `종교의 자유 인정', `사회 구성원으로서 양육·교육 능력'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민법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는 것 말고 양친의 자격을 따로 제한하지 않는다. 민법상 일반 입양은 모든 유형의 입양에 준용되는 일반법 기능도 한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양친이 될 사람과 입양기관이 협의해 일반 입양이나 친양자 입양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부모가 될 사람이 `범죄경력이 무엇이 중요한가. 나는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있다. 왜 그런 조사까지 요구하나'라고 항변하면 법원이 굳이 이유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입양특례법 적용 대상이 시설 등에 입소한 보호대상 아동에 한정돼 불필요한 입양이 이뤄지거나 제대로 된 입양 절차를 거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현 교수는 "현재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기 싫다면 입양기관에 가서 사인만 하면 그 아이는 `요보호 아동'(보호대상 아동)으로 분류되고 입양 대상이 된다"면서 "지원만 잘하면 엄마와 함께 원(原)가정에서 클 수 있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사실상 보호대상 아동임에도 입양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적 입양에 내맡겨지는 사례도 있다. 이에 아이에게 정말 입양이 필요한지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서 엄격히 심사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
◇ "입양 이원화 손질해야" 목소리 높아져
입양특례법에서는 양부모 요건도 까다롭지만, 양자의 범위도 한정돼 있다. 민법은 친생 부모·입양 부모에 대한 상담·교육·사후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이원화 구조는 왜 생겨났을까.
전문가들은 두 법이 만들어진 맥락에서 원인을 찾는다. 민법상 입양은 가문의 대를 이을 사람이 없을 때 친척 아이를 양자로 삼은 관습을 법체계에 담았다.
반면 고아입양특례법(1961년 제정)을 폐지하고 만들어진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과 이를 전면 개정한 현행 입양특례법은 한국전쟁 후 해외 입양 역사에 기원을 둔다.
현 교수는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을 위한 입양'이란 이념이 입양 법령에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부모가 키울 수 있지만, 계약에 의해 아이를 넘기는 것은 민법, 부모가 못 키워 누군가 키워줘야 하는 경우엔 입양특례법을 적용받는 전통도 이어져 왔다"고 했다.
이원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지만,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입양특례법 적용 대상을 시설 입소자 외에 '아동 전체'로 확대하는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결국 폐기됐다.
민법과 입양특례법의 주무 부처가 각각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로 다른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현 교수는 "당장 법을 통일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민법에 입양특례법처럼 상세한 양부모 관련 요건을 넣는 식으로 조문 하나만 고쳐도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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