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메릴린치 중역을 지낸 백만장자 리처드 퍼스콘은 은퇴한 후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큰 빚을 내어 화장실이 11개 딸린 대저택에서 연일 수영장 파티를 개최할 정도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퍼스콘은 하루아침에 파산했다.
고등학교가 최종 학력인 로널드 리드는 25년간 자동차를 수리하고 17년간 백화점 바닥을 쓸며 38세에 방 2개짜리 집을 산 뒤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리드가 사후에 남긴 재산은 무려 100억원이었다.
두 사례를 통해 저자가 발견한 것은 우선 재무적 결과는 재능, 노력, 학력 등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부의 축적은 과학이나 숫자보다 오히려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 저자는 특히 두 번째 사실에 주목했고 돈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적 태도로 부의 비밀을 발견했다.
릭 게린은 40년 전 워런 버핏, 찰리 멍거와 투자 단짝이었다. 그들은 서로 공동 투자를 했지만, 어느 날 게린이 사라졌다. 버핏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찰리와 나는 늘 우리가 믿기지 않을 만큼 부자가 될 걸 알았다. 그래서 부자가 되려고 서두르지 않았다. 게린 역시 똑똑했지만, 너무 서둘렀을 뿐이다.”
게린은 1973년부터 74년까지 이어진 경기 하락 때 대출금을 사용해 투자금을 늘렸다. 70% 하락한 주식시장에서 게린은 자신의 주식을 주당 4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버핏에게 팔았다. 게린은 부자가 됐지만, 부자로 남지 못했다.
셋은 부자가 되는 재주를 똑같이 가지고 있었지만, ‘부자로 남는 재주’까지 똑같지 않았다.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과 살아남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부의 의미’는 부 그 자체가 아니다. 부를 통해 페라리를 몰고 대저택에 사는 그런 만족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는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는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고 일등석 업그레이드를 거절하는 것이다. 부의 가치는 소비에 있지 않고 자유와 독립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부는 원하는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자유, 원치 않을 때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원치 않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라며 “우리가 돈을 벌고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책은 투자 노하우나 기술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돈과 부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20개 스토리를 통해 어떤 관점과 태도로 부를 추구할 것인지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는 진지하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른다.
1억 원 짜리 차를 몰며 현재의 소비에 충실한 부자(소비부자)인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래의 자유를 위해 자산을 확보한 부자(자산부자)인가. 재정적 성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자는 “생존”이라고 단언한다. 어제 성공했다고 오늘 잘 된다는 자연법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원한 행운은 없고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며 “아무리 큰 이익도 전멸을 감수할 가치는 없기에 파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부의 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돈의 심리학=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396쪽/1만98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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