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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스가 "위안부 판결,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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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무성, 주일대사 초치해 항의

가토 관방장관, "판결에 매우 유감"

언론, "판결 충격, 징용소송 웃돌아"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 배상하라는 8일 한국 법원의 판결에 일본 정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제법상 통용되는 '주권면제' 원칙을 위반한 "상식적이지 못한 판결"이라면서다.

이번 판결은 민간 기업이 아닌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내려졌다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는 2018년 나온 강제징용 배상 판결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앙일보

일본 외무성은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한국 법원이 위자료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항의해 남관표 일본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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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8일 오후 회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국제법상 주권국가는 타국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주권면제에 의해 이번 소송은 각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 국제법상 위반을 시정하는 조치를 취해주길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이날 오전 판결이 나오자 즉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어 일본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또 한국과 일본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서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이 양국 정부 사이에서 확인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 자체가 한국의 재판 관할권에 따른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언론 "최악 한·일 관계 더 악화시킬 것"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위안부 재판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소송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만큼,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주권면제 원칙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이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반인도범죄인 위안부 피해는 국제법규상 상위에 있는 ‘강행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 주권 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겉으론 무시 전략을 취했지만 일본 정부 내부적으로는 이번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한국 법원이 주권면제 원칙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릴 경우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언론들은 이번 판결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교도통신은 이번 판결로 한·일 외교관계가 "한층 험악해질 전망"이라면서 "일본 정부의 자산 압류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으로, 충격은 일본 민간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 소송을 웃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도 "전 징용공(강제징용 노동자) 소송 문제 등으로 '전후 최악'이라는 일·한(한·일) 관계가 한층 더 위기적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사히 신문도 이번 판결이 악화하고 있는 한일 관계의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 전망했다.

아사히는 또 기사에서 이번 판결과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04년 나치 독일 강제노동 피해자가 독일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을 언급했다. 당시 이탈리아 대법원은 주권면제 원칙을 부정하고 독일 정부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아사히는 "하지만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U)는 이 판결에 대해 '당시 나치 독일의 행위는 국제법상 범죄지만, 주권면제가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보복 조치 시작되면 '총성 없는 전쟁'"



일본 정부는 당장은 '보복 조치' 등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판결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실제 집행까지는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남아 있어 그사이에 "한국 정부에 현 상황의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 법원이 실제로 일본 정부 자산을 처분하는 조치에 들어가게 되면 일본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내놓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그럴 경우 '무기 없는 전쟁'이 되어버릴 것"이라 우려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무엇보다 이번 판결이 "'한국은 상식이 안 통하는 나라'라고 주장하는 혐한파뿐 아니라 일본 대중들의 반한감정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한국은 중요한 나라니 잘 지내야 한다"는 의견이 일본 내에서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이번 판결로 인해 "강제징용 문제를 풀어보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장벽에 부딪히게 됐다"고 봤다. 그동안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로 인한 외교 교착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기업이 배상하면 한국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는 방안 등 여러 방식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 교수는 "일본 정부로서는 이번 판결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도 또 다른 사안이 계속 등장할 거라 생각하게 됐을 것"이라며 "강제동원 문제 전체를 총괄하는 해법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제안도 들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윤설영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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