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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동학개미 놀라워!…펀드매니저 "개미 생각 읽으려 유튜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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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동학개미` 주도로 증시가 상승하면서 펀드매니저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차트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펀드매니저의 모습.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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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코로나19 이후 펼쳐진 동학개미 운동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외국인과 기관에 지기만 했던 개인투자자들이 헤게모니를 넘겨받은 것이죠."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자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도 입을 쩍 벌렸다. 개별 주식에 대한 펀더멘털 분석, 재무제표 분석 등은 의미가 줄어들었다. 똑똑한 개미들이 외국인과 기관을 압도하는 양상이다. 기관투자가 한 축인 펀드매니저들은 밀려드는 펀드 환매 요구에 연일 주식을 내다 팔며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 A씨는 지금을 '새로운 시대'라고 규정했다. A씨는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 성향, 태도, 지식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개인 중에서도 슈퍼 개미 힘이 외국인이나 기관 이상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 B씨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외국인이 고점에서 팔면 개인이 물량을 받아내고 시장이 급락하면 개인이 손절하는 주식을 바닥에서 외국인이 사들여 수익을 내는 게 지난 20년간 고정된 양식이었다"며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개인이 들어오면서 증시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사실 동학개미 운동이 벌어지기 전 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개인투자자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개인과 외국인, 개인과 기관의 힘겨루기는 늘 외국인과 기관의 승리로 귀결됐다. 흩어진 개인, 정보가 부족한 개인이 전문가들을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요즘 펀드매니저들은 시장 주류가 된 개인 투자 패턴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놀라운 변화다. B씨는 "요즘엔 유튜브도 보면서 개인투자자들 생각이나 추세를 읽기 위한 노력을 한다"며 "코로나19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A씨도 "개인이 수급에서 가장 중요한 참여자가 됐다"며 "개인투자자들 선택에 의해 시장 추세가 어떻게 바뀌는지, 개인 자금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유심히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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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주도로 증시가 상승하면서 펀드매니저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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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힘이 강해진 만큼 기관의 힘은 약해졌다. 이전에는 정보 비대칭이 운용의 제약을 충분히 만회했지만 유튜브가 정보 불균형을 무너뜨렸다.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도 개인이 기관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 자금은 지난해 6조원 가까이 빠져 나갔고, 올해도 이달 7일까지 2200억원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A씨는 "액티브 펀드는 한 종목을 10% 이상 담지 못하는 등 운용상 제약이 많고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과 제약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분산투자를 교리처럼 받드는 기관이 삼성전자, 테슬라를 집중 매수하는 개인을 이기기는 힘든 구조"라고 토로했다. B씨도 "펀드 환매가 꾸준히 나오면서 (주식) 매도를 계속 해야 하는데 그날 A라는 종목을 매도하면 당일 매수가 불가능하다. 환매 대응이 늘어나면서 운용상 어려움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코스피 3000 시대를 어떻게 전망할까. A씨는 "개인들의 자금 동원이 한계에 이르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큰 조정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2차전지,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지웅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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