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항소도 없다"
韓 "양국관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 미치지 않게 노력"
이임 앞둔 남관표 대사 초치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 로이터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쿄=조은효 특파원】 한·일 양국에 다시 한 번 격랑이 몰아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들이 한국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8일 처음으로 승소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을 부정한 것이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한국 정부가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부 재판 비개입주의를 내세우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앞서 2018년 10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외교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7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소녀상에 모자와 목도리가 씌어져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주권 면제가 적용돼 사건이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을 누차 표명했다면서 이번 판결이 국제법상 주권 면제의 원칙을 부정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다 해결됐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서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이 일한 양국 정부 사이에서 확인도 됐다"고 주장했다. 또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재판권에 복종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1심에서 패소한 판결에 항소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남관표 일본 주재 한국대사가 8일 일본 외무성의 초치 후 외무성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정부는 판결 직후 남관표 주일 대사를 초치, 이런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남 대사는 오전 11시 25분께 도쿄 지요다구 소재 외무성 청사에 입장, 약 10분 정도 일본 외무성 아키바 다케오 사무차관을 만났다.
남 대사는 초치 후 기자들에게 "이번 판결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들었다"며 "우리(한국 정부)로서는 이번 판결이 한·일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결될 수 있도록 가능한한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결을 위해선 차분하고 절제된 양국 간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최근 일본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현재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이번 판결 역시 징용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사법부 재판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는 한 해결이 쉽지 않다.
교도통신은 한국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 소송 피고인 일본 정부의 자산 처분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전례 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양국 외교관계가 한층 험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은 이어 이번 판결이 확정돼 원고 측이 일본 정부의 자산 압류에 나서고, 이를 문재인 정부가 방치하면 일본의 보복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