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춘희 할머니 등 공동 원고 4명 소송 중 별세
日정부, 의도적 `송달 불응'에 재판 절차 지연
위안부 피해자들, 日정부 상대 승소…법원 "1억원씩 지급"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위안부 피해자들은 8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심 승소 판결을 받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법원에 조정 신청을 제기한 이래 7년 5개월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인내 속에 견뎌야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고(故)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에 1인당 1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조정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은 201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 할머니 등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정부의 폭력과 속임수로 위안부로 차출됐으며 그 후로 각종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헤이그 송달 협약'을 근거로 들어 한국 법원의 송달 자체를 거부했다. 이 조약은 송달을 요청받은 나라가 자국 주권·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결국 배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2015년 10월 사건을 일반 재판부로 이송해 판단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듬해 1월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정식 소송으로 이어지기까지만 2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지만, 이후 일본 정부가 송달을 거부하면서 재판은 지연됐다.
재판부는 결국 `공시 송달'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첫 정식 변론기일이 열렸다. 공시 송달이란 일반적인 방법으로 송달이 이뤄지지 않을 때 공개적으로 송달 사유를 게시하면 법적으로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보는 제도다.
이 같은 절차 끝에 총 4차례의 변론기일을 열어 피해자들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받은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불법 행위를 인정해 1인당 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이다.
비록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이 기간에 배 할머니가 2014년 세상을 떠나고, 공동 원고인 김군자·김순옥·유희남 할머니 등도 별세했다.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룬 이 사건에 국내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이 사건의 결론을 미리 내려 뒀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위안부 피해 소송을 분석한 뒤 한국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각하하는 방안과 개인청구권 소멸을 근거로 기각하는 방안 등 시나리오별 판단을 내린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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