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인이 또 나온다"…수사종결권 가진 경찰에 쏟아진 비판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16개월 입양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양어머니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11.19. dadazon@newsis.com

가정폭력으로 생을 마감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 비판 여론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과 맞물려 경찰의 수사종결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경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망한 영아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멍이 든 채로 실려왔다가 숨졌다. 아이가 사망하고 난 뒤 병원 측에서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영아의 모친 A씨를 서울 양천경찰서에 신고했다.

지난해 5월부터 5개월간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경찰에 접수됐지만 묵살됐다. 수차례 신고에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를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고, 경찰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해당 신고를 '내사종결' 처리했다.

정인이 사건을 내사종결로 처리한 경찰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약 13만명이 청원에 동의하며 그 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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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차관도 '내사종결'…수사종결권 생긴 경찰, 검찰 없이 수사 종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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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김병문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를 들어서고 있다. 2020.12.22. dadazon@newsis.com

경찰의 내사종결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 차관 사건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경찰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은 올해부터 더 많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올해부터 수사종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존에 경찰은 내사종결한 사건 외에 입건 사건 전체를 전부 검찰에 송치했지만 올해부터는 불기소 의견으로 판단한 사건은 검찰에 따로 넘기지 않아도 된다.

정인이 같은 아동 폭행사건은 당사자 진술을 받기 어려워 경찰이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경찰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보다는 내사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를 종결해도 검찰이 이를 따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대로 사건은 덮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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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제2의 정인이 얼마든지 나온다…'검찰개혁'보다 '경찰개혁'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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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9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양성일 보건복지부 차관과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 등 참석자들이 아동학대 예방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11.19. kkssmm99@newsis.com

이때문에 '검찰개혁'이 아니라 '경찰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법조계 쓴 소리가 쏟아진다. 검사장 출신 김모 변호사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준다는 건 사건을 마음대로 은폐·축소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에서 무조건 검토를 하던 안전장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제2의 정인이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법률가라기보단 수사 전문가다"며 "법적인 고도의 판단을 요하는 사건은 법률적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 변호사는 "그동안 여성청소년 사건에 경찰이 얼마나 적극적이었나를 돌아봐야 한다"라며 "정인이 같이 가정내 폭력은 양육권자의 권한 문제도 있고 강제력을 행사하려면 절차도 복잡해 경찰이 기피하는 사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차관 사건처럼 권력 실세가 연루돼 찝찝하면 덮고, 정인이 사건같이 뭔가 '피곤한' 건도 은폐하거나 덮어버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산재해있다"며 "검찰개혁을 계속 얘기하는데, 경찰개혁만큼 시급한 것도 없다"고 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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