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EU 떼어놓으려는 미국 좌절"…"EU, 미-중 싸움 피해 독자노선"
EU·중국, 투자협정 체결 합의…"중국 시장접근권 전례없이 확대"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세밑에 전해진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투자협정 체결 합의 소식에 미국이 발끈한 가운데, 중-EU 투자협정의 진정한 승자는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중-EU 투자협정 체결로 정권교체기의 미국이 한 방 먹었으며, 이는 중국의 '외교적 명작'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이 미국 조 바이든 새 정부를 기대하고 미-유럽 간 전통적인 동맹관계의 복원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가 취임하기 전에 중국과 협정 체결을 서둘러 마무리한 것은 미중 싸움에는 끌려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다.
미중 간 긴장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EU 투자협정 체결 합의 소식에 미국의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차기 바이든 인수팀 모두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미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향후 개방될 중국 시장에서 더 많은 혜택을 보길 원하는 유럽국가 입장에서는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경제적 필요성이 '동맹의 의리'를 뛰어넘은 셈이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인 세계안보연구소의 갈 루프트 공동소장은 SCMP에 "EU의 움직임은 미국의 권력 공백기를 활용한 세심한 노림수"라면서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투자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임 정부 모두에 이번 일에 개입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EU도 계산기를 굴렸지만, 중국은 이번 투자협정으로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게 됐다는 분석이다.
소우랍 굽타 미국 워싱턴 중미연구소 연구원은 SCMP에 "이번 협정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래 가장 중요한 경제협정"이라면서 "훗날 이 협정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협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의 우신보(吳心伯) 원장은 "EU와 투자협정을 체결한 것은 세계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을 저지시키고 중국에 확고한 지위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국제문제연구소(PISM)의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책임자 저스티나 스즈드리크는 "중국이 협정을 체결하며 약속하고 양보한 것들이 실제로 이행되더라도 이번 협정의 진정한 승자는 EU가 아니라 중국"이라며 이번 협정 협상 과정을 중국 외교의 명작이라 평가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 전문가 조지 매그너스는 EU가 이번 협정으로 얻은 것은 별반 없는 반면, 중국은 노동 분야 등에서 큰 양보 없이도 노동 윤리와 기준을 강조하는 EU와 협정을 체결했다고 평가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중미 간 기술 디커플링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에는 선진경제의 투자시장 접근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다"면서 향후 중국이 이번 투자협정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