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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연합뉴스 '천병혁의 야구세상'

[천병혁의 야구세상] '무보수·비상근' 야구협회장, 아무리 겸직이 가능하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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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로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페이스북 캡처]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수년 전 타계한 고(故) 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은 체육단체장이라는 자리에 대해 "무보수, 명예직, 비상근, 자원봉사자"라고 정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까지 역임한 그가 입버릇처럼 '무보수·명예직·비상근·자원봉사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아마추어리즘에 따라 체육단체장을 생업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그렇다.

역대 대한체육회 회장은 물론 산하 70여 개 가맹경기단체 회장들이 보수를 받은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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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순철(60)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3일 제24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연말 가장 먼저 출마 선언한 나진균 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에 이어 두 번째다.

차기 회장 선거에는 전임 집행부의 고위 임원들도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출마 보도자료를 통해 ▲발로 뛰는 회장 ▲봉사하는 야구인 ▲ 함께하는 협회 등 세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그런데 두 번째 공약을 보충 설명하면서 "희생타를 치겠다. 무보수로 일하며 기여금을 조성해 어떤 혜택도 얻지 않고, 야구가 준 은혜를 갚겠다"고 밝혔다.

아마야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인데 뜬금없이 '무보수'를 왜 주장했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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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구협회 정관 제24조의 2항 '임원의 보수'에는 '회장을 비롯한 비상근 임원에게는 보수 또는 급여성 경비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명확하게 적혀 있다.

이어 '다만, 업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는 구체적인 사용 목적을 명시하여 실비로 지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구협회 관계자는 "역대 회장들에게 보수를 지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주고 싶어도 규정상 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역대 회장은 열악한 협회 재정을 위해 출연금을 내는 게 관례다.

회장 선거마다 '얼마를 내겠다, 혹은 얼마를 끌어오겠다'는 게 후보자들의 주요 공약이었다.

과거 정몽윤 회장이나 이내흔 회장 등 기업인 출신 야구협회장들은 매년 수억 원을 협회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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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지난해까지 야구협회를 이끌었던 김응용 회장도 취임 첫해 1억원을 내놓았다.

김응용 감독으로선 사비를 털어 거액을 내놓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아마야구 관계자들은 해마다 내놓지 않았다고 뒷담화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큰 파문을 일으킨 고(故) 최숙현 사건 이후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인권과 공정이다.

현실적으로는 인권과 공정에 이어 대부분 아마협회가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적자재정이 큰 문제다.

이에 아마협회 회장이 '무보수'로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고 재정을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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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에서 우승한 덕수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런데 재정 확대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순철 위원이 협회장에 당선되더라도 프로야구 해설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협회 정관에는 임원의 '겸직 금지' 규정이 없다.

앞서 기업인이나 정치인들도 회장을 겸직한 적이 있다.

프로야구 해설위원들은 7개월 이상 전국을 돌아다니며 중계방송을 한다.

이에 대해 이순철 위원은 "이전 정치인 회장들도 24시간 상주하면서 협회 일만 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프로야구는 주로 야간게임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지방을 다니며 현안들을 듣고 프로와 아마야구의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야구계에서, 아마야구 회장이 프로야구 해설을 한다면 자칫 '이해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야구 회장이 방송을 통해 지적하는 문제점을 선수나 지도자, 프로구단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다소 우려스럽다.

과거 기업인이나 정치인 회장 시절 협회 직원들은 급하게 결재를 받을 일이 생기면 회사나 국회 의원회관으로 쫓아가곤 했다.

만약 이순철 위원이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다면 협회 직원들이 결재 서류를 들고 지방 구장이나 방송국 앞에서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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