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개정안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진=뉴스1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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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단법인 오픈넷이 5·18 왜곡 처벌법 시행에 대해 우려했다.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이에 반하는 표현을 형사처벌하는 방식의 규율이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오픈넷은 지난달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일명 ‘5·18 왜곡 처벌법’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
오픈넷은 인터넷 공간 속 표현의 자유와 공공데이터 개방, 망 중립성 확보 등의 가치를 추구하며 지난 2013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오픈넷은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의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사회가 일정한 대응을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방식이 국가가 역사나 사상에 대한 ‘진실’을 결정하고 이와 반대되는 표현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5·18 민주화운동이 독재 권력의 지배 방식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이었고, 그 뒤로도 장기간 지속된 국가 탄압에도 불구하고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끝없는 시민의 투쟁과 토론을 통해 진실이 자리잡은 역사라는 점에서 5·18 왜곡 처벌법이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오픈넷은 “본 법의 제안이유에서 설시돼 있는 ‘잘못된 역사인식 전파와 국론 분열의 방지’ 명목은 북한과 관련한 사실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표현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면 처벌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와 유사하다”며 “국론 분열 방지를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표현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진 이상, 앞으로 천안함 사건이나 6.25 전쟁 왜곡에 대한 처벌법안이 제안돼도 반대할 논거는 더욱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픈넷은 “‘5.18 민주화운동'을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해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이라고 정의하며 이에 대한 허위사실을 처벌한다고 해 ‘시민운동’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정하고 이를 성역화하고 있다”며 “개정법이 모델로 삼은 독일의 유태인학살부인죄는 ‘학살’이라는 반인륜적 범죄의 발생사실 및 부당성을 부인하는 표현을 처벌하는 것에 한정 된 반면, 본 법은 이러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라면 도청앞 광장에 몇 명의 시민이 모여 있는지에 대해 부정확한 수치를 제시하는 것처럼 유공자와 유족에 대한 차별, 배제를 선동하거나 학살을 정당화하지 않는 표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본 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독일법과 같이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반인도적 범죄의 발생사실을 부인하거나 정당화하는 표현을 규제하는 형태로 재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회는 역사 왜곡 또는 국론과 반대되는 허위사실 유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표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근거를 마련, 5·18 정신이 이룩하고자 한 민주주의의 의미와 표현의 자유를 퇴보시키는 본 법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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