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탕평정치를 되살려야 합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은 1일 매일경제와 공동 인터뷰에서 정치 갈등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를 통합으로 이끌기 위한 해법으로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과 정 위원장은 각각 '적지(敵地)'인 대구·전주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린 끝에 2016년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된 국론 통합의 상징적 인물들로 통한다. 그러나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김 위원장은 지역구에서 낙선했고, 정 위원장은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여당은 경북에서, 야당은 호남에서 전멸하면서 지역감정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여야 통합위원장은 극단으로 치닫는 분열을 해결하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보수 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김중권 의원을 임명하고, 자신에게 사형선고까지 내렸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 보복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퇴임 후 병문안 자리에서 "DJ 때 전직 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 현직이 안 봐주면 전직들처럼 불쌍한 게 없지 않으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전 전 대통령은 "DJ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10차례 가까이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서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재임 기간에 전직 대통령 부부를 모두 청와대로 초대해 식사를 했는데, 이후 이 같은 전·현직 대통령 부부의 회동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여당의 김 위원장도 "야당 협조가 필요하겠지만 대통령께서 여야정 협의체를 새해 초 적당한 시기에 가동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콕 집어 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야권 포용을 위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이란 불행한 역사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봉합하고 치유할 때가 됐다"며 "이런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협의체를 통해 야당에 의견을 구하는 작업이 이어지면 정치적 화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통합위원장의 발언은 매일경제가 신년기획으로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설문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의 분열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정치이념 갈등을 꼽았다. 핵심 해법으로는 대통령의 포용적 정치 리더십을 주문했다. 특히 설문 문항 중 '1998년 이후 5개 정권 가운데 갈등이 가장 심했던 시기'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기에만 단 한 표도 나오지 않았다.
"총선서 2등도 당선되게"…승자독식 선거제 바꿔 巨與폭주 막자
극단갈등 韓정치 해법은…머리맞댄 여야 통합위원장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오른쪽)과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이 1일 매일경제신문 사옥에서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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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형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이 1일 매일경제와 공동 인터뷰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절대 다수당의 등장을 막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수월하게 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상적인 제도로 꼽았다. 그는 "원내에 여러 정당이 있을 땐 싸움이 격화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양당만 있으니 완충 기능이 없고 서로 쫓아내는 것만 목표로 한다"며 "다당 구조를 갖추려면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국민 지지에 걸맞게 의석이 분포돼야 하고, 지역구·정당 명부를 절반씩 구성(독일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독일에서도 이런 선거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심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경험에서 선동 정치를 막아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개편에 성공했다"며 "한국은 총선에 임박해 제도 개편을 논의하면 대립만 가중되니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여야가 각각 호남과 영남을 독식하기 때문에 두 지역의 정치에는 책임도 경쟁도 없는 상태다. 광역시들을 비교했을 때 대구와 광주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낙후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권역별로 지역구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후보 일부에게 의석을 주는 '석패율제'를 도입해 양당의 독식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여야 통합위원장은 극단으로 치닫는 분열을 해결하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진영의 사람을 중용한 것이 주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김 전 대통령이 경쟁자였던 김종필 씨를 국무총리로 선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치권이 극단적 갈등 구도로만 이어가는 점에 대해서는 두 위원장 모두 참담한 심정을 고백했다. 현재 한국 사회의 통합 수준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 앉아 있기가 민망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정 위원장 역시 "통합위원장으로서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의 신년 오피니언 리더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갈등 구조가 심각하다는 답변율은 95%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국가적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국민은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정치권에 많은 일깨움을 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빈부 격차, 노사 갈등과 세대·지역 간 분열을 넘어서는 에너지를 만들어야 할 텐데 정치권은 갈등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야 모두가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만 바라보며 패거리 정치, 팬덤 정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 광주에서 병상을 대거 제공하면서 국민은 화합의 선례를 보여줬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정쟁에 이용한다는 의혹을 살 일만 반복돼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국회가 갈등만 반복하며 공전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두 위원장이 다른 진단을 내놨다. 정 위원장이 "180석을 차지한 압도적인 여당이 조금 여유를 갖고 배려해야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여당이 내놓은 법안에 야당이 반대하려면 대안을 가져와 토론했으면 좋겠는데, 무조건 반대만 외치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김 위원장은 상임위원장 재분배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온 것에 대한 비판도 마땅하지만, 야당이 아예 논의에 참여하지 않으며서 현 상황이 초래된 측면이 있다"며 "의회정치가 그동안 그나마 기능을 해오는 데 있어서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나눠 가진 게 성과가 컸던 만큼 양당 원내지도부가 적절한 시기에 고민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보수 정당 대표로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갈등을 해소한 좋은 사례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여름 폭염 속에 김종인 위원장이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은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수상이 폴란드를 방문해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으며 다음 세대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되고 처음 추진한 일이 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게 하고, 5·18 민주화운동 망언을 사죄한 것"이라며 "일부 의원의 망언 때문에 총선에서 한마디로 박살났다. 김종인 위원장 개인도 광주에 사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덕분에 일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통합 리더십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일도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셨다"며 "덕분에 자연히 보수 정권에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국가기념일로까지 지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망하면 노조도 소용없어…노사가 적 아닌 파트너로 인정해야"
노사갈등 어떻게 풀까
김용근 경총 부회장 "대화·상생"
이동호 한노총 사무총장 "양보"
"서로 간에 신뢰를 회복해 상대를 인정하고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사 갈등 해법에 대해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과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이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답했다. 노사 갈등은 매경이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치 다음으로 갈등 수준이 높은 영역이다.
김 부회장은 "기업들 중 특히 중소기업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노조를 합리적 대화 상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막연하게) 회사에 적대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사가 함께 가야 발전한다는 인식이 사용자에게 필요하며, 노조 요구를 최대한 존중하고 수용해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기업 경쟁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있어야 노사가 존재하고 치열한 국제 경쟁 사회에서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회사의 중요한 목표라는 의식을 갖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상대를 인정하고 적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지금은 파트너로 인정하기보다는 각자 주장에 얽매여 있다"면서 "차선책을 내놓고 하나씩 양보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노사 합의가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더라도 문구 하나라도 이행하고 양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해 벤치마킹해야 할 국가로 노사 모두 독일을 꼽았다. 김 부회장은 "독일은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노조가 사측보다 회사를 더 생각하며 회사 경쟁력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독일에서는 노사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기업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함께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양보와 타협이 가능한 풍토를 만들어 선진적 노사관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현행 노사관계에서 개선돼야 할 점으로 이 사무총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꼽았다.
김 부회장은 노사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합의와 자율로 푸는 방식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사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법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노사가 합의한 것은 법에 어긋나도 법에 우선해 인정해주는 노사 자치가 정착돼 있다"며 "한국에선 노사 가 합의하고도 나중에 한쪽이 고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 윤원섭 팀장(차장) / 서동철 차장 / 박승철 기자 / 진영태 기자 / 전경운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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