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0년 증시가 마무리됐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한 해였다. 연초 21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가 3월 1400선까지 급락한 후 연말 2800 후반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운명이 엇갈린 투자자들이 상당했다.
연초에 자금을 털린 투자자들이 워낙 많았던 탓에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저점에서 빚을 끌어모아 주식투자를 한 이들은 두툼해진 계좌를 보며 흐뭇한 새해를 맞게 됐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되는데 2020년 한국증시의 각종 기록을 보면 보면 '화끈했다'는 말도 부족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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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G20 증시 가운데 회복속도 1위…코스피는 4위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증시는 코로나 확산으로 3월19일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G20(주요 20개국)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전년말 수준을 회복했다.
코스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50일 만에 이를 달성했고 코스피는 세계에서 4번째(118일)에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이전 최고치(2018년 1월29일 2598)를 2년6개월 만에 경신한 이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말 2873으로 끝났다.
이외 △아르헨티나 76일 △터키 91일 △중국 101일 △남아공 139일 △미국 158일 △독일 182일 △사우디 206일 △일본 214일 △인도 227일 △캐나다 245일 △호주 246일 △멕시코 254일 △브라질 267일 등이었다.
프랑스, EU,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 증시는 아직 2019년 말 지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증시가 얼마나 빠르게 반등했는지 알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타 국가 대비 월등히 적으며, 이에 따른 영향 등으로 빠른 증시 상승세를 보였다"며 "최저점 이후 증시 상승률은 G20 국가 가운데 아르헨티나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1조9000억원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115.2% 증가한 수치로 G20 국가 가운데 거래대금 증가율은 터키(168.2%)와 사우디(145.1%)에 이은 3위다.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6000억원, 증가율은 152.7%였다.
코스피가 사상 첫 2800선을 돌파한 12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일대비 47.04포인트(1.70%) 오른 2806.86을 나타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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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뭉칫돈 지속적으로 유입
주목할 것은 주린이(초보 주식투자자)를 포함한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증시로 유입됐다는 점이다.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코스피·코스닥 각각 5조7000억원, 5조9000억원대로 증가했다.
개인이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47.5%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65.8%로 18.3%포인트나 늘었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미들이 주도하는 증시였다는 얘기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수준이 과거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는 점이 포인트다. 과거 개인들은 위기 때마다 공포에 질려 주식을 투매했고, 이를 와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받아가며 수익을 챙기곤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10월24일~2009년9월22일) 당시에는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3조148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손절매했고, 외국인은 이를 포함해 26조1300억원을 사들여 반등 국면에 되팔아 큰 수익을 냈다.
유럽발 재정위기(2011년9월26일~2012년3월19일) 당시에도 같았다. 개인은 12조846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10조3920억원을 사들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국면(2020년3월19일~2020년말)에는 개인이 29조7260억원을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12조6640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단기 변동성 추구형 상품에서 언택트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 주도주 중심으로 동학개미의 투자행태가 변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라며 "개인들은 또 저점 이후 주가 상승 과정에서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며 수익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수익률에서도 큰 차이가 벌어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개인들이 집중 매수한 전기 전자 업종의 상승률(3월19일~연말비교)은 44.0%에 달했고 서비스업과 운수장비도 각각 34.5%, 27.6%로 집계됐다.
코스닥 제약은 83.6%였고 IT는 36.1%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 IT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로 대응해 눈물을 흘렸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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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계좌 급증, 연말기준 3548만개나
주식거래 활동계좌가 급증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연초(2936만 계좌) 대비 612만 계좌(전년대비 20.7% 증가)가 늘어나 12월말 기준으로 3548만 계좌를 기록했다.
이들 계좌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 있었던 3월 급락장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졌던 6월 상승기 △미국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선 8월말~9월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코로나 백신개발이 한창이었던 11월중순~12월 등에 집중적으로 늘었다.
대형 IPO(기업공개)로 공모주 시장이 뜨거워졌던 6월(SK 바이오팜), 8월~9월 (카카오게임즈 및 빅히트) 시기도 계좌개설이 상당했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 빅히트, 카카오게임즈 등은 IPO 증거금 역대 1~3위를 기록했고 경쟁률도 1000대 1을 넘어서는 등 인기가 뜨거웠다.
2020년 신규상장 종목들의 주가상승률(공모가 대비)은 68.5%로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 상승률이 100% 이상인 종목 수는 19종목이며, 그 중 2종목은 500% 이상이었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이후 기술특례기업 상장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15년 만에 기술특례상장기업수가 100곳을 넘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증시를 주도한 종목 가운데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포함된 업종이 상당했다는 점도 상기할 부분이다. 한국거래소는 9월 초 미래성장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 BBIG(배터리ㆍ바이오ㆍ인터넷ㆍ게임) 산업을 선정해 K-뉴딜지수를 발표했다.
연초 대비 KRX BBIG K-뉴딜지수 5종의 수익률은 50% 이상으로 코스피(32.1%) 대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BBIG 82.1% △2차전지 109.6% △바이오 74.1% △인터넷 71.8% △게임 54.8% 등이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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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도 주식 늘린 동학개미, 내년이 더 기대된다
개인투자자들은 2021년에도 큰 수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전망이고, 글로벌 교역도 증가하면서 수출비중이 큰 한국경제가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삼성증권은 2021년 코스피 시장이 역사적인 신고가 돌파에 나서는 대세 상승장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거로는 수출실적 펀더멘탈의 급격한 정상화, 우호적인 글로벌 정책 환경 등을 제시하고 있다.
KB증권에서는 미국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 등으로 경기와 실적이 동시에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코스피지수가 3200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역시 코스피 3000 시대 진입이 목전이라고 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골드만 삭스는 글로벌 경제 회복기 진입과 한국 상장기업 펀더멘털의 긍정적 평가 등을 근거로 한국증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제시했다.
JP모간에서는 "한국 기업이익은 큰폭으로 증가하고 주주친화 정책으로 저평가를 극복할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시중자금은 주식으로 유입될 것이며 코스피는 3200선에 도달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2021년 글로벌 경제가 회복기에 진입 하면서 위험자산의 강세가 예상되며 특히 수출 정상화로 한국, 대만 등 아시아 통화와 주식이 상대적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반준환 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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