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노동권까지 양보하며 7년만에 투자협정 합의
바이든 中 압박전략 차질 불가피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7년을 끌어온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30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화상 회의에 참석, 중국과 EU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2014년 1월 양측이 협상을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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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난항을 거듭해 왔던 중국과 EU간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이 타결된 직접적인 배경은 역시 미ㆍ중 갈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과 대만 독립, 남중국해 영유권,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자, 중국 지도부가 서둘러 EU의 요구조건을 수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U는 '실리'를 챙겼고, 중국은 '다자주의'라는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다.
중국이 미국의 최대 동맹인 EU를 끌어안는 데 성공함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국 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
유럽기업 독자 운영권 부여한 중국
그동안 유럽 기업의 중국 진출시 최대 걸림돌은 '합작회사'였다. 유럽기업은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별도로 설립해야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유럽 기업들은 기술유출 등의 위험에 직면해 있었다. 이번 합의로 유럽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중국도 외국 기업의 기술 강제 이전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국영기업과의 완전 경쟁도 보장했다. 중국은 보조금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고, 국영 기업이 외국 투자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확약했다.
중국은 유럽 주요 국가들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해 온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양보했다. 중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 노동 금지'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은 그동안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 및 노동력 착취는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합의로 일정부분 인권 문제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협정 체결 합의로 인해 유럽 기업의 진출 유망한 산업은 금융(핀테크 등 전자상거래)과 자동차(전기차), 통신(클라우드 서비스), 환경(탄소중립), 해운ㆍ항공, 부동산, 의료 등이 꼽히고 있다.
시장 문 열고 '다자주의' 명분 얻은 중국
이번 합의는 중국 지도부의 '경제적 결정'이라기 보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최대 동맹인 EU와 중국이 손을 잡았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중국이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이 EU와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의 최대 동맹인 EU와 중국이 경제적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점이 그렇다. 실리를 챙긴 EU가 미국의 '중국 고립작전'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다.
또 이번 협정 체결 합의로 미국 기업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EU 기업들이 투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과 달리 미국 기업들에 주어지는 혜택은 없다. 이는 바이든 새 행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 주재 EU 회원국 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 투자 협정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중국과 유럽 간에는 경쟁보다 협력, 이견보다 공통인식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도 미국 측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협정 체결 합의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정부의 투자 유치를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이자 자신감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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