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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술의 세계

BTS, 세계인 가슴 뻥 뚫었다…빌보드 찍고 그래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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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데뷔, 유튜브로 활로 개척

온라인 공연 ‘방방콘’으로 주목

한국가수 최초 미 빌보드 싱글 1위

팬덤 릴레이 기부 등 선한 영향력



2020 이슈 ⑦·〈끝〉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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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방탄소년단이 미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특별 퍼포머로 출연해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꾸민 모습이다. (왼쪽부터) 정국, 진, 슈가, 뷔, RM, 지민, 제이홉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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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신기록 행진에 취한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월드투어 등 올 한 해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었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8월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게 출발이었다. 10월 한국어 가사로 피처링에 참여한 조시 685와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에 이어 11월 한국어로 부른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까지 3곡이 잇달아 ‘핫 100’ 정상에 섰다. K팝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이는 내년 1월 31일 열리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 지명까지 이어졌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을 시작으로 2018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등으로 미국 3대 음악상을 차례로 정복해간 이들은 이제 그래미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에 도전하게 됐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성의 지표인 빌보드 ‘핫 100’ 1위와 작품성을 상징하는 그래미 후보 지명이 한 해에 일어난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팬덤을 넘어선 BTS 현상의 실체를 보여준 셈”이라고 밝혔다.

그래미 입성은 팬덤 아미의 숙원사업이었다. 1957년 설립된 전미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투표로 선정되는 그래미는 백인·남성 위주의 시상식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해 여성·유색인종을 포함한 신규 회원 900명을 선발했다.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이지영 교수는 “영미권 출신 흑인 아티스트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그래미가 동양 보이그룹에도 문호를 개방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세계 음악 산업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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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올 한 해 SNS 팔로워 증가 추이. 차준홍 기자


2013년 중소기획사에서 데뷔해 불러주는 곳이 없어 유튜브에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리고 멤버들이 직접 트위터로 팬들과 소통하는 등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 온 이들의 영향력은 온택트 시대를 맞아 더욱 커졌다. 4월 유튜브에서 진행한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방콘’은 24시간 동안 조회수 5059만건을 기록하고, 10월 진행한 온라인 유료 콘서트는 이틀간 191개국에서 99만 3000명이 관람하며 기록을 세워 갔다. 콘서트·팬미팅 등 영상 작업물 아카이브와 자체 플랫폼 위버스샵이 있어 가능한 도전이었다.

최근 연구서 『BTS 길 위에서』를 출간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는 “K팝은 지리적으로 영미 팝 시장과 떨어져 있고 한국어라는 소수 언어 특성상 태생부터 온라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유튜브 등 OTT를 통해 훨씬 더 다양한 콘텐트를 접하게 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팬 커뮤니티 위버스는 많은 독점 영상 및 인터뷰 콘텐트를 쏟아내면서 해외 활동의 아쉬움을 달랬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유튜브 채널 ‘방탄TV’로 그림·피아노 등 새로운 취미를 소개하며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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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빌보드 ‘핫 100’ 순위. 김영희 기자


그 덕에 팬덤 증가세는 더 가팔라지고 결집력도 한층 탄탄해졌다. 팬덤 데이터 관측기 케이팝 레이더를 운영하는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는 “올 한 해 방탄소년단 SNS 팔로어 증가 추이를 보면 인스타그램 1361만 명, 트위터 833만 명, 페이스북 665만 명 등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유튜브가 1840만 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발매 118일 만에 누적 조회수 7억 뷰로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걸린 315일을 크게 단축시키며 K팝 최단 기록을 경신 중이다.

방탄소년단이 올 한 해 천착한 키워드는 ‘연결’. 지난 2월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7’을 발매한 이들은 현대미술과 협업해 ‘커넥트, BT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영국 런던·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한민국 서울, 미국 뉴욕 등 5개 도시에서 작가 22명이 참여해 새로운 연대와 소통 방식을 마련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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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빌보드 200’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솔직한 소통 방식도 돋보였다. 6월 유튜브 가상 졸업식 연사로 초대돼 “사람들은 저희에게 많은 것을 이뤘다고 하지만 여느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서툰 20대”(RM), “걸음이 느린 대신 남들보다 시간을 조금 더 들이는 습관을 갖게 됐다”(진)며 성공담 대신 실패담을 나눴다. 8월 기자간담회에서도 “계획한 많은 것을 할 수 없게 돼 굉장히 허탈하고 무력감을 느꼈다”(지민)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팬덤 아미의 영향력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자 팬들도 100만 달러를 릴레이 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 현장을 무력케 하면서 K팝 팬덤에 도움을 청하는 곳도 많아졌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이규탁 교수는 “K팝 팬덤은 취향 공동체이지만 그 어느 집단보다 높은 충성도와 결집력을 자랑한다”며 “특히 해외에선 방탄소년단이 소수자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통용돼 젠더 등 다양한 이슈와 결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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