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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북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을 것인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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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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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빌딩 유리창을 닦다 추락해 숨진 탈북 남성의 일기장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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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탈북한 남성이 인천에서 빌딩 유리창을 닦다 추락해 숨졌습니다. 이 남성은 아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탈북한 뒤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일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인 전문직이라 할 의사가 남한에서 관련 일자리를 찾지 못해 막일과 청소를 전전하다 추락사한 현실은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제기합니다. 북한의 전문직종에 종사하던 사람들까지 통일한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다면 그러한 통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재앙으로 다가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북한 의사 자격 인정 못 받은 탈북민

2016년 불의의 사고로 숨진 남성이 공사장 막일과 청소를 해야 했던 이유는 북한에서의 의사 자격을 남한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의대를 나왔다고 하나 북한의 의사양성 과정과 남한의 의사양성 과정이 다른 상황에서 남한 사회가 이 남성에게 의사 자격을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남한의 시스템에 맞춰 새로이 의사 자격을 얻지 않는 한 탈북민의 북한 의사 자격은 남한에서 인정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일 이후에는 이렇게 간단히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의사 출신 탈북민이 소수지만 통일 이후 북한 지역에는 수많은 의사들이 존재할 텐데 이들의 의사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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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의료인들의 실력은

먼저, 북한 의료인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 의사들도 6년제 의학대학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했고, 의대 졸업 이후에도 급수시험을 위한 공부는 물론 재교육까지 받는 등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의약품 부족과 장비의 열악함으로 인해 고도로 전문화된 환자 치료의 경험을 습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 의사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북한 의료인 출신으로 탈북해 남한 의료시스템에 편입한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볼 때 탈북 의료인 44명 가운데 남한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사람은 18명입니다. 탈북 의료인을 교육했던 남한 의료인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북한 의료인들은 의료장비를 활용해 본 경험이 부족해 엑스레이, 초음파, 단층촬영 등의 판독 능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으나 이를 숙지하고 처방했던 경험은 드물고 동맥혈 검사나 기관 삽관법 등 실습이 부족한 부분들도 드러난다고 합니다. 또, 상처 치료에 있어 무균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심전도, 혈액종양내과 등 남한에서 아예 처음 접하는 분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남한에서는 많은 의학용어를 영어로 사용하고 있어 용어 이해에도 어려움을 보였다고 합니다.

반면, 탈북 의료인들의 남한 적응 과정을 탈북민의 시각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의료기구나 장비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북한 의대 교육이 남한에 비해 못하지는 않았다고 언급합니다. 다만 통신교육이나 특설 교육을 통해 의사가 된 사람들의 실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을 다른 의사들과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보건 부문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1년에 2차례씩 40일에서 50일 정도 대학에 등교해 관련 교육을 받으면 준의나 간호원이 의사로 승급하는 통신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3년 만에 대학교육과정을 마치는 특설 교육 과정도 있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북한 의료인들의 실력이 남한 의료인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제상황 악화와 국제적 고립으로 최신 의료지식과 의료장비를 접해 보지 못한 데서 나오는 실력 차이와, 의약품과 시설의 부족으로 수술 등을 상시적으로 할 수 없는 데서 나오는 경험 부족 문제 등이 수준 차이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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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의사 자격을 인정할 것인가

그렇다면 통일 이후 북한 의사들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맞을까요?

북한 의사들의 자격을 인정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남한 사람들이 북한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으려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기존 남한 사회에서도 큰 병이 발생하면 더 좋은 병원, 더 큰 병원을 찾아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와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것이 현실인데, 북한 출신 의사가 진료를 담당하고 있을 경우 남한 사람들이 이 의사에게 진료나 수술을 받으려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아마도 남한 사람들은 북한 출신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가려하지 않을 것이며, 종합병원에서도 담당의가 남한 출신이냐 북한 출신이냐를 따져 북한 출신 의사에게는 진료를 받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중요한데, 북한 출신 의사와 남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의사 집단 사이에서 남한 의사들이 북한 의사들을 같은 수준의 의사로 인정할 것이냐 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 의사들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북한 지역의 의료 시스템이 공백 상태에 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3년 기준 북한의 의사 수가 1,000명당 3.3명이라는 OECD 자료에 근거하면 북한의 전체 의사 수는 8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자격을 일거에 정지 시켜 버리면 이를 대체할 인력을 찾을 수 없습니다. 남한 의사들이 이들을 일시에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할 뿐더러 의료활동은 사람만 파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시설과 장비 등이 수반돼야 하는데, 의료시설과 장비가 구비되지 않은 북한 지역에서 남한 의사들이 제대로 된 의료활동을 수행할 수도 없습니다.

북한 의사들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까요? 다음 글에서는 여기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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