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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SM도 내년 성수동으로…K팝 빅4 모두 강남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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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빅히트·YG는 이미 강북행

청담동 Mnet 근처 녹음실 집중

미용·패션산업 결합되며 전성기

강남 상권 쇠락, 사옥 확장 영향도

중앙일보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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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탈(脫) 강남시대를 맞았다.

1995년 서울 강남에 둥지를 튼 SM엔터테인먼트는 내년 중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오피스동으로 사옥을 이전한다. 이로써 K팝을 대표하는 ‘빅4’가 모두 강남을 벗어나게 됐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강남구 청담동에서 강동구 성내동에 새 사옥을 지어 이전했고,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용산구 한강로 신축 건물로 입주할 예정이다. 1998년부터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 잡은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2NE1 등 성공으로 사세가 커진 뒤에도 강남으로 가지 않았다.

YG를 제외하면 K팝 기획사 대부분이 청담동 등 강남구 일대에 둥지를 틀었고, 외곽에서 시작했더라도 사세가 확장되면 청담동 일대로 진입하는 게 불문율과도 같았다.

청담동 일대가 K팝의 메카로 떠오른 건 1세대 아이돌인 SES, HOT, 핑클 등이 나타난 90년대 중반 이후다. 배경엔 90년대 초 오렌지족을 만들어 낸 압구정동과 청담동의 부상이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당시 이 일대가 패션과 유행 중심지로 떠오르며 외모가 뛰어나고 끼가 있는 젊은 층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트렌드를 빨리 캐치하려면 일단 강남에 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아이돌 멤버 등의 길거리 캐스팅도 여기서 이뤄지면서 기획사도 모여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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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구 JYP엔터테인먼트 사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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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산업 클러스터 형성 기반도 생겼다. 1995년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Mnet이 청담동에 자리하면서 녹음실 등 음악산업이 모여들었다. 이미 발달한 미용·패션 산업이 결합하며 대체 불가능한 K팝의 메카로 떠올랐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패션, 미용, 음악 산업 등의 인프라가 강남에 집중돼 있어 땅값이 비싸도 강남에 기획사를 세우는 게 운영 측면에서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세대 아이돌이 등장한 2000년대 중반부터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NE1, 빅뱅 등이 해외시장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 및 방송 의존도도 약해졌다. 이런 가운데 압구정동과 청담동 상권이 쇠락하고, 트렌드 중심지의 위상은 홍대·상수동 등으로 넘어갔다. Mnet을 포함해 CJ ENM이 2009년 사옥을 상암동으로 이전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김 연구위원은 “강남의 ‘힙하다’는 상징 자본이 퇴색하고, CJ ENM 등 방송사들이 상암동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기획사들도 강남에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줄었다”며 “SM, JYP 등 기존 메이저 기획사들은 강남에 잔류했지만 중소 기획사들은 합정동, 성수동 등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탈(脫)강남이 본격화된 것은 K팝의 국제화가 완성된 3세대 이후부터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등 K팝의 해외시장 공략이 무르익고, 기획사들의 덩치도 더 커졌다. 대형기획사의 경우 패션, 미용 인력 직접 고용으로 강남 클러스터 의존도가 낮아졌고, 기획사의 콘텐트 제작과 유통 사업이 유튜브, 네이버 등과 결합하며 기존 방송사와의 우위 관계도 역전됐다.

사옥 확장 필요성도 한몫했다. 청담동에 잔류한 기획사 관계자는 “SM이나 JYP 등은 모두 본사가 임대 건물에 있었다. 더 큰 사옥이 필요하기도 하고, 비싼 임대료를 내기엔 강남의 매력, 중요성이 과거만 못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영화 산업은 충무로가 중심지였지만 영향력이 감독에서 자본과 제작자로 넘어가면서 강남으로 이동했다”며 “K팝도 시장을 주도하는 힘이 방송사에서 각 기획사로 넘어가면서 과거와 다른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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